조선조 거물 다룬 '조광조'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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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조선조 내로라하는 정치 이론가로 비극적 죽음을 맞았던 두 인물을 다룬 평전이다.

기본적으로 정사(正史)에 치중한 책이라, 독자들의 역사적 지평을 넓혀주기 위한 필요충분 조건은 잘 갖췄다.

하지만 인물에 대한 접근법과 글쓰기 형식은 저자들이 서 있는 위치 만큼 상반된다.

아카데미즘에 충실한 학자(정두희)와 재야 사학자(이덕일)의 차이. 그렇다고 어느 쪽이 낫거나 빠진다는 식으로 재는 것은 의미가 없다. 역사는 보는 사람의 눈에 따라 얼마든 달리 보이는 법이다.

'조광조' 는 한 '학자적 관료' 의 좌절사다.

조선 중종 때 사람인 조광조(1482~1519)는 성리학의 토대 위해 유교적 이상사회를 건설하고자 했던 당대의 논객이자 개혁주의자다.

과거제를 혁파해 신진사류를 중용하고 미신을 타파하고자 소격서를 폐지하는 등 이른바 '지치주의' (至治主義 : 인간에 의해 다스려지는 이 세상이 하늘의 뜻에 펼쳐진 이상세계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를 역설한 인물. 그가 결국 훈구파들이 득세한 현실 정치의 높은 벽을 깨부수지 못하고 시대의 순교자로 남는 과정을 꼼꼼히 짚었다.

하드커버에 주석을 달고 참고문헌을 세세히 적는 등 체제 자체는 다분히 학문적이지만, 지금 우리시대를 울리는 경종(警鐘)의 가치를 품고 있어 이 책(인물)의 현재성은 빛이 난다.

세속적 출세를 위해 학문의 고고한 독립성을 하루 아침에 헌신짝 버리듯 던져버리는 요즘의 학자들에게 조광조는 하나의 거울이다.

그의 좌절을 본받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집요하게 현실과 학문의 접목을 꾀하려 했던 그의 강직함과 당당한 논리를 배우라는 것. 구습을 다파하는 개혁은 늘 '진행형' 이어야 한다는 당위성도 함께 가르친다.

이같은 '역사의 현재성' 이란 측면에서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 가 들려주는 교훈도 만만찮다.

조광조와는 정반대의 입장에서 송시열(1607~89)의 신화 허물기를 시도한 게 이 책의 '논쟁적' 성격이다.

송시열은 조선 중.후기의 당쟁의 이론적 중심에 우뚝 서 있던 주자학의 거봉. 이 책에서 그는 서인(西人)과 노론(老論)의 리더로서 철저히 보수적 체제를 고집했던 인물로 격하 된다.

신분제도가 급격히 와해되는 등 새로운 사회가 전개되는데도 소중화(小中華)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당파의 이익을 앞세웠던 보수적 이론가. 책은 그에 대한 공허한 찬사를 이제 허물어 버리자고 한다.

이 또한 지역감정이나 비이성적 당쟁이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현재의 정치현실에 대한 반성의 계기를 제공해 줌은 물론이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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