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살짝 조였더니 세계 시장이 놀란 중국의 파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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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증시가 13일 일제히 하락했다. 전날 미국과 유럽 시장도 마찬가지다. 유가는 내리고, 원화도 약세였다. 조금씩 살아나던 최근 시장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례적인 동반 하락이다. 다 중국 때문이다.

12일 중국은 19개월 만에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높인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은행은 금고에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쟁여둬야 한다. 금융시장은 이를 중국 정부가 돈줄을 죈 것으로 해석했다. 중국 금융정책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못지않은 힘을 발휘한 것이다.

코스피지수는 13일 전날보다 27.23포인트(1.6%) 하락한 1671.41로 거래를 마쳤다. ‘두바이 사태’가 있었던 지난해 11월 27일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중국과 거래가 많은 철강·금속, 운수·창고, 화학 업종이 특히 많이 내렸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 모두 산 주식보다 판 주식이 많았다.

원화가치는 이틀째 하락했다. 전날보다 1.9원 내린 달러당 1125.50원이 됐다. 시장이 불안해지자 안전자산인 달러를 사려는 투자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일본·대만 등 아시아의 주요 증시도 중국발 파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12일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전날보다 36.73포인트(0.34%) 내린 10,627.26으로 마감했다. 독일 증시의 DAX 지수는 6000선이 무너졌다.

 한 차례 흔들린 시장의 관심은 중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옮겨가고 있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지준율 인상은 긴축 정책의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부풀어 오른 부동산 시장과 불어나는 대출에 대한 관리 강도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는 “당장 기준금리 인상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파급 효과가 훨씬 큰 기준금리를 섣불리 올렸다간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괜히 앞서가다간 중국 시장이 핫머니의 투기장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변수 탓에 중국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가격과 물가 추이를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권혁주·김영훈 기자

◆지급준비율=은행은 고객들이 한꺼번에 예금을 꺼내갈 것에 대비해 예금의 일정액을 중앙은행에 쌓아둬야 하는데, 이때 적용되는 적립비율. 고객 보호를 위해 도입된 제도이지만, 시중 자금량을 조절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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