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다이애나 경호원, 동티모르 유엔군 입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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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숨진 1997년 교통사고의 유일한 생존자 트레버 리스존스(32.사진)가 동티모르 주둔 유엔군사령부 경비대 부대장(部隊長)으로 새 삶을 시작했다고 더 타임스가 5일 보도했다.

다이애나와 그녀의 애인 도디 파예드의 경호원이던 리스존스는 사고 당시 두 사람과 동승했다가 혼자 살아남았다.

그 뒤 대대적인 성형수술을 받고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해오다 지난달 1년 계약직으로 유엔군에 들어갔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동티모르는 독립을 요구하는 현지주민과 인도네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이를 억누르는 무장 민병대간 충돌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특히 리스존스가 파견된 수아이 지역은 1년 전 2백명이 학살됐으며 평화유지활동을 벌이던 유엔군 2명이 숨진 위험지대다.

리스존스는 사고가 일어난 뒤 그 전말을 자기 입장에서 기술한 '경호원 이야기' '(The Bodyguard' s Story)' '를 출간했지만 아픈 기억에 시달려왔다.

영국 공수부대 출신인 리스존스는 지난달 4일 동티모르에 도착, 임무를 개시했다. 그는 영국을 떠나기 전 다이애나비 묘소를 처음으로 찾아 참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아이에서 리스존스는 도디 파예드 밑에서의 경호원 생활과는 판이한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민병대의 방화로 무너진 건물에서 자며 민병대뿐 아니라 뎅기열.말라리아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동티모르 주둔 유엔평화유지군의 4분의1이 말라리아에 걸려 고통을 겪었다.

그러나 사고의 아픈 기억을 벗고 평화와 인권보호를 위한 활동에 자신을 던진 리스존스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고 더 타임스는 보도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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