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재일동포 지방참정권 법안 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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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일본 정부가 재일동포에게 지방참정권을 허용하는 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동안 일부 국회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하는 방안을 거론된 적이 있지만 정부가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간사장은 11일 당정 수뇌회의를 하고 올 정기국회에 영주외국인 지방참정권 법안을 제출키로 합의했다. 정기국회는 18일 개회해 6개월간 열린다. 하토야마 총리는 12일 “정기국회에 발의해 연내 통과를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고 아사히(朝日)신문이 12일 보도했다.

◆북한 국적자는 제외=지방참정권이 허용되는 영주외국인 범위는 ‘한반도 출신자’의 자손 가운데 일본과 국교가 수립된 국가의 국민으로 정할 방침이다.

영주외국인은 일제시대 이주·징용 등으로 일본에 거주한 한국인 1세대와 그 자손을 의미한다. 대상은 60만 재일동포 가운데 40만~50만 명가량이다. 나머지 10만여 명은 조총련 계열 등 북한 국적자와 영주 자격을 갖지 못한 재일동포들이다.

일본 정부는 영주외국인들에게 피선거권을 주지는 않을 방침이다.

오자와 간사장은 “한·일 관계를 고려하면 (일부 의원의 주도가 아니라) 정부가 나서 법안을 제출해야 한다”며 국가 차원의 입법을 적극 주장해 왔다.

하토야마 총리는 12일 “정부 내에서 한·일병합 100주년이란 타이밍을 감안해 여러 가지 검토를 하고 있다”며 추진 의사를 거듭 강조했다. 이들 권력 ‘투톱’이 적극적이고, 야당인 공명당·공산당도 지지하고 있어 법안 통과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

◆보수파는 반대=그러나 여야를 막론하고 보수우익 성향의 의원들이 영주외국인에 대한 지방참정권 부여에 반대하고 있어 최종 법안 통과까지는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연립여당인 국민신당 당수 가메이 시즈카(亀井静香) 금융상은 “선거에 참여하려면 귀화해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부정적 입장을 보이던 야당 자민당은 민주당에 대한 공세 차원에서 지방 자치단체를 부추겨 최근 10여 개 지자체 의회의 반대 결의안을 이끌어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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