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세 동갑 노부부 자손만 65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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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과거의 조혼(早婚) 풍습에다 생활환경이 개선되고 의학이 발달하면서 금혼식(결혼 50주년)을 치르는 부부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지만 회혼식(60주년)은 흔치 않다. 그런데 금강혼(75주년)을 훌쩍 넘겨 80년을 함께 산 부부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충남 금산군 추부면 비례리에 사는 송병호(宋秉鎬.사진 왼쪽)할아버지와 성원금(成元金)할머니. 1905년생 동갑으로 만 15세 때인 20년 9월 1일 결혼했다.

집안어른들의 결정으로 부부가 된 추부 소년과 유성 소녀의 만남은 어색하기만 했다. 할머니는 결혼한 뒤 10년 동안은 남편과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소학교 학생이던 할아버지가 학교에서 집에 돌아오면 밥상을 차려주는 것이 고작이었고,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할아버지가 돈을 벌기 위해 7년 동안 일본에 가있는 바람에 남남처럼 지냈다는 것.

남편이 귀국해 평범한 농군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부부처럼 지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들 부부는 평생 벼농사와 인삼을 길러 자녀 3남3녀를 키웠다. 손자 32명, 증손 22명, 고손2명 등 직계가족이 67명에 이른다.

부부는 허리가 휘어 거동이 다소 불편한 것을 제외하면 아직도 건강한 편이다.

평생 병치레를 안해봤다는 부부의 건강 비결은 낙천적인 사고. 할머니는 "웬만한 일은 참고 늘 편한 마음으로 살려고 노력했다" 며 "인삼을 많이 먹은 것도 비결인 것 같다" 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현재 3남 일헌(日憲.59)씨가 가내 수공업 형태로 하고 있는 제사용 향을 만드는 일을 거들며 소일하고 있다.

금산군은 지난달 30일 이들의 결혼 80주년을 기념해 '백년해로 기원' 전통 혼례식을 치러주었다.

금산=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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