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시론] '휴대폰 규제' 현명하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우리나라의 이동전화 가입자는 단기간에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인구 2명당 1명이 이동전화를 사용하고 있지만, 단기간의 폭발적 보급에 따른 여파로 몇 가지 문제점도 내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운전 중 사용으로 인한 사고 문제다.

*** 통신산업 위축될 수도

실제로 정부는 8월 24일부터 운수사업용 차랑의 운전 중 이동전화 사용을 금지했고 내년부터 모든 차량의 운전 중 이동전화 사용 금지를 법제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들은 시간에 쫓겨 급조되는 인상을 주고 있으며,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충분한 검토를 거쳐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우선 현재 우리의 운전 중 습관을 주의깊게 살펴보면, 대개 운전 중에 라디오 또는 CD 플레이어를 동작시키거나 요즘은 TV나 내비게이션 화면을 자주 사용하기도 한다.

이런 일련의 운전자들의 행동이 사고 유발 가능성을 충분히 내포하고 있는 데도 지금 우??폭발적인 보급에 힘입어 친숙해져 버린 이동전화만 문제삼고 있을 뿐이다.

휴대폰 통화를 제외한 여타 행동으로 인한 사고의 위험성은 국내 통계자료나 연구결과가 별로 없기 때문에 아직 공론화되지 못했을 뿐이다.

따라서 운전 행동 전반에 걸친 안전대책과 연구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며 향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AV 시스템이나 내비게이션 등 기타 교통사고 유발 요인에 대한 규제책도 치밀하게 마련돼야 한다.

단순히 단속의 용이성만을 명분삼아 특정 요인에 대한 규제책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모든 요인에 대한 종합적인 고찰과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다음으로 고려돼야 할 요인은 향후 모바일 서비스의 발전 방향이다. 차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현대 사회에서 자동차의 정보화는 필연이며 앞서 언급한 기기들 외에 인터넷 기능을 포함한 각종 모바일 네트워크가 구현돼 이동 중에도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모바일 오피스(Mobile Office)의 성격으로 발전될 것이다.

기존의 이동전화나 PDA 단말기를 통해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e-메일을 확인하고 주가나 환율, GPS 등 필요로 하는 정보를 화면과 음성으로 실시간 제공받는 단계가 곧 실현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사후약방문' 식의 규제보다는 앞서가는 마인드로 자동차 및 이동통신 회사, 관련 전문가, 시민단체 등을 참여시킨 공동연구 또는 공청회 등을 통해 나날이 발전하는 모바일 기술을 운전자가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한가지 대안을 제시하자면 주행 중에는 음성정보를, 정차 시에는 음성 및 화상정보를 제공하도록 모바일 기능을 구분하는 방안도 효과적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이동전화와 무선인터넷, 모바일 등 이동통신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며 현재도 연구개발 및 사업화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일례로 GPS 정보를 활용, 운전자에게 위험을 고지하거나 음성인식 시스템을 통해 일정 간격으로 주위를 환기시켜 졸음운전을 방지하는 등 운전자 안전을 위한 연구도 추진되고 있다.

따라서 운전 중 통신규제 대책도 우리의 기술발전이나 해외수출을 위축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 안전한 사용법 권장을

덧붙여, 법안이 허용한 고정 부착시설(핸즈프리)외에 이어폰의 예외 인정을 검토해야 한다.

우리나라 대중교통의 경우 동일 차량에 복수의 운전자가 운영되는 현실에서 운수사업자가 운전자들에게 특정 모델의 단말기를 사업용으로 지급하지 않는 한 핸즈프리의 설치는 중복투자를 해야 하는 비현실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이런 단점을 감안할 때 핸즈프리와 이어폰이 함께 예외로 허용되는 것이 적극 검토돼야 한다.

앞으로 이동전화를 비롯한 통신 규제는 다양화되는 사용자들의 욕구와, 이에 비례해 가속화되는 기술구현이 사회 공익과 개인 안전의 테두리 안에서 극대화될 수 있도록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프로세스로 제도화돼야 할 것이다.

이용경 <한통프리텔 사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