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같은 ‘터널 조명’ 예술이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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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대구시 동인동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옆 인도에 설치된 ‘조명 터널’ 안에서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10일 오후 8시 대구시 중구 동인동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대학생 김은아(20·여)씨가 셔터를 누르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김씨는 이곳저곳 옮겨다니며 경관 조명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는 “야경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 왔는데 생각보다 훨씬 멋있다. 조명 터널을 걸으니 동화 속 나라에 온 것 같다”며 웃었다. 이날 국채보상공원에는 수십 명의 시민이 카메라와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공원 옆 도로에 차량을 세워 놓은 채 사진을 찍는 운전자도 눈에 띄었다.

국채보상공원이 연말·연시 밤 관광 명소로 떠올랐다.

퇴근길 회사원에서 가족 나들이객까지 시민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평일엔 수 천명, 휴일에는 수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시는 추산한다.

볼거리는 조명 터널이다. 인도에 두 줄로 심어져 있는 대왕 참나무를 이용해 조명 터널 분위기가 나도록 꾸몄다. 4m 정도의 높이에 망을 덮은 뒤 파란색 은하수 조명을 설치했다. 곳곳에 눈 모양과 선물상자·별 모양의 전구가 달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풍긴다. 조명 터널 길이는 우리들병원에서 한국은행 대구지점까지 280m에 이른다. 공원 안에 있는 단풍나무 길에도 경관 조명이 설치됐다. 63m의 단풍나무 길에는 노란색 조명이 불을 밝혀 공원이 온통 오렌지색으로 덮인 느낌이다.

김금숙(65·여)씨는 “사진 찍기 좋다는 말을 듣고 왔다”며 “이곳에 있으니 소녀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가슴이 설렌다”고 말했다.

경관 조명은 지난해 12월 10일 대구시가 만들어 점등했다. 설치작업은 한국예총 대구시연합회가 맡았다. 시민이 직접 조명 속에 들어가 아름다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터널 조명’을 구상했다고 한다. 예총의 김완수 사무국장은 “‘보는 조명’에서 ‘즐기는 조명’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며 “시민의 반응이 좋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곳 조명은 매일 오후 5시30분부터 11시까지 불을 밝힌다. 다음달 말까지 운영된다.

인근 동성로에도 야경을 보려는 사람이 몰리고 있다.

동성로 중앙에 늘어선 튤립나무에도 경관 조명이 설치돼 있다. 대우빌딩∼한일극장 구간 200여m의 20여 그루가 도심 분위기를 바꿔 놓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끔하게 단장된 간판의 조명과 어우러져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야경은 외국인 관광객도 불러들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23일 대구를 찾은 인도네시아 관광객 35명에 이어 11일까지 7차례에 걸쳐 모두 254명이 동성로를 관광했다. 이들은 도심 야경을 구경하며 쇼핑을 즐겼다. 대구시 빈은선 관광마케팅담당은 “대구 번화가의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동성로를 관광 코스에 넣었다”고 말했다.

이밖에 중구 삼덕네거리∼계산오거리 사이 달구벌대로 700m와 죽전네거리·만평네거리·동대구역광장에도 경관 조명이 설치됐다.

홍권삼 기자 ,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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