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퍼트 머독 회장 중국서 악전고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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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세계적 미디어그룹인 뉴스코프의 루퍼트 머독(69)회장이 중국 시장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다.

그는 중국 미디어 시장의 선점을 위해 10여년째 노력해왔으나 중국 정부의 규제와 투자 전략의 실패로 실패를 거듭, 수렁에 빠져있다고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가 최근 보도했다.

머독은 93년 8억2천5백만달러에 홍콩스타TV를 인수, 본격적인 중국 공략에 나섰다.

중국에 TV프로그램.영화.인터넷 컨텐츠 등을 직접 판매한다는 것을 목표로 그동안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를 친중국 기업에 매각하고 ▶홍콩의 마지막 총독 크리스 패튼의 저서 발간 계획을 취소하는 등 친중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나 외국업체의 중국 미디어 시장 직접 진출을 원치 않는 중국 정부는 좀처럼 판매권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머독은 그동안 네티즈닷컴.렌렌닷컴등 중국의 인터넷 포털 서비스업체에 1억달러를 투자하고, 지난 6월에는 중국 정부와 케이블TV 가입자용 광역 인크립션(암호)프로그램을 제공키로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를 이용해 콘텐츠를 배포하려 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머독의 투자 전략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많다.

스타TV가 중국시장을 겨냥, 96년 설립한 피닉스위성TV는 그동안 5천3백만달러의 손실을 봤으며, 그 액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95년 7백만달러를 투자, 인민일보 자료를 보관.관리할 목적으로 공동설립한 PDN진렌은 오래 동안 인민일보 퇴직 간부들의 '양로원' 역할만 했다.

머독은 지난 2월 중국 영업 총책을 중국계 미국인 캐러스 창 대신 전직 외교관 출신인 래리 스미스에게 맡겼다.

그러나 타임워너.소니 등 경쟁사들이 중국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데다 중국이 문호를 개방한다 하더라도 특정업체에 특혜를 주기보다는 업체간 견제.균형 정책을 펼 것으로 보여 머독의 앞날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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