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호 주변 '시가문화권' 난개발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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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전남 담양군 고서면에서 광주호.식영정.소쇄원 앞을 지나 남면에 이르는 지방도 887호선 5㎞ 구간. 갈비집.보신탕집.레스토랑.카페 등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새로 들어선 음식점마다 독특한 모습과 장식으로 잘 꾸며졌다. 오랜만에 찾아온 사람들은 변화한 모습에 깜짝 놀랄 정도다.

광주호를 끼고 있는 무등산 자락 시가(詩歌)문화권이 음식점 등의 난립으로 급속히 본래의 정취를 잃어가고 있다. 전남 담양군도 가사(歌辭)문학관 건립으로 난개발을 부추겼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환경단체 등은 조선조 선비문화를 꽃피웠던 광주호 주변 문화유산에 대한 보존.복원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 음식점 등 난립=송강 정철이 성산별곡을 노래했다는 식영정(息影亭)을 중심으로 반경 2.5㎞ 내에 50여곳의 레스토랑.카페.모텔 등이 성업 중이다.

20여곳은 1998년께부터 집중적으로 지방도 887호선 양편으로 들어섰다. 건물이 논.밭 한가운데 있는 것도 있다. 또 손님을 끌기 위해 경쟁적으로 특이한 건축양식을 따 무등산 자락 등 주변 풍광을 무색케 한다.

담양군은 공익사업에 편입된 주택.상가의 주인들이 이축(移築)을 원하면 허가해 줄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최근 3년간 신축된 음식점 15곳 등이 그런 경우라는 것이다.

그러나 광주환경운동연합은 외지인들까지 '딱지' 라고 부르는 이 이축권을 사들이는 방법으로 요식업소를 차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 가사문학관=담양군이 83억원을 들여 식영정 옆 5천여평에 건립, 오는 10월 말 문을 열 예정이다.

지하 1층.지상 2층.연건평 5백41평의 본관 외에 기획전시실.전통차(茶)전시장 등을 갖춘다. 면앙정.송강정.식영정.소쇄원 등 가사문화 유적이 모여 있는 곳에 문화공간을 마련, 가사문학 발생의 중심지로서 역할을 수행하게 한다는 취지다.

담양군은 나아가 관광객 유치 등을 위해 광주댐에서 가사문학관에 이르는 2.5㎞구간에 오색 가로등 60개를 설치 중이다.

그러나 가사문학관은 식영정 아랫자락 논을 메워서 세워 오히려 정자(亭子)문화를 파괴하는 꼴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가사문학관 착공 이후 음식점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 주변 난(亂)개발의 계기를 제공하는 결과를 낳았다.

전고필 동강대(관광과)겸임교수는 "시가 문화유적이 담양군의 전유물이 아닌 데다 광주시 도시계획 구역 안인 만큼 행정협의회를 강화해 장기적인 보존 및 활용대책을 서둘러 세워야 한다" 고 밝혔다.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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