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보호" "새떼 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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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영종도와 실미도 등의 환경이 파괴되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인천시)

"철새를 불러들여 항공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를 보고만 있을 수 없다."(인천공항공사)

인천시와 인천공항공사가 영종도.무의도.실미도 일대 갯벌 보전 문제를 놓고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인천시는 영종도와 실미도 등이 영화 및 드라마 촬영 지역으로 일반에 널리 알려진 뒤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크게 늘어나자 이 지역을 습지보전지구로 지정해 체계적으로 관리해 나가기로 했다. 인천시는 이 일대가 새로운 관광지로 부상하자 횟집 등 상가가 들어서 미관과 환경을 해치고 있다고 판단, 습지보전지구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 이곳에는 포장마차 형태의 가건물들이 해변을 따라 어지럽게 들어서 있다.

그러나 인천시의 계획에 인천공항공사가 발끈하고 나섰다. 영종도 일대가 습지보전지구로 지정되면 철새들의 먹이인 해양식물이 크게 늘어 새떼가 몰려다닐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항공기 이착륙 때 조류충돌 위험이 커져 항공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항공기의 조류충돌은 이착륙 때 고도 1500피트(약 430m) 아래에서 가장 많다. 인천공항에서도 개항 이래 발생한 21건의 조류충돌 사고 가운데 8건이 그 아래에서 발생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공항 반경 8㎞ 이내에는 조류보호구역지정을 금지토록 권고한다. 국내 항공법도 새들에게 먹이 등을 제공할 수 있는 각종 시설과 환경을 만들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더욱이 인천시가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하려는 곳은 제1, 2활주로 및 2단계 공사가 진행 중인 제3, 4활주로와 반경 10㎞ 내에 위치해 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공항 주변이 습지보전지역으로 지정되면 외국 항공사들이 인천공항을 꺼리게 되고, 결국 동북아 물류기지로서의 기능을 상실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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