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어 본 정치] 권노갑·한화갑 불화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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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 'DJ 대통령 만들기' 를 이뤄낸 데는 동교동계의 단합과 자기희생이 있었다." (권노갑 상임고문)

"權고문과 나는 사적으로 형님, 아우하는 사이인데 경쟁한다는 말은 있을 수 없다." (한화갑 지도위원)

동교동계는 계보정치의 마지막 남은 집단이다. 김영삼(金泳三)전 대통령의 상도동계가 사라진 정치현장에서 민주화 투쟁의 역정을 간직하고 있다.

그런 자존심만큼이나 배타적이다. '형님, 동생' 하는 내부의 결속과 서열의식은 대단하다. 동교동계 가신(家臣)서열은 함부로 매겨지지 않는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모셨다' 고 누구나 그 대열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DJ에 대한 충성의 연륜과 강도의 평점은 까다롭다.

그런 동교동계에 민주당 8.30 전당대회를 앞두고 미묘한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그 한복판에 동교동계 핵심인 권노갑.한화갑의 갈등설이 있다.

최고위원 선거에서 權고문이 韓위원과 1위 경쟁을 하는 이인제(李仁濟)고문을 물밑 지원한다는 소문을 둘러싼 얘기다.

韓위원 캠프에선 " '보이지 않는 손' 이 韓위원을 1등으로 만들지 말라고 한다" 고 주장한다.

이는 '權고문의 이인제 지원설' 을 겨냥한 것이다.

양갑(兩甲)의 불화설은 전당대회 후 교통정리 될 것이란 게 민주당 일각의 관측이다.

그 반대쪽 시각도 만만치 않다. DJ 이후의 정권 재창출 방법론과 접근자세의 차이로 인해 두사람간의 골이 깊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權고문은 당내의 '이인제 대세론' 쪽에 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權고문은 李고문의 후견역을 자임해온 흔적이 있다. 이른바 킹메이커론이다.

반면 韓위원 캠프에선 여론 일각의 '이인제 불가론' 을 지적하면서 대안카드를 다듬고 있다.

韓위원은 '리틀 DJ' 에서 벗어나 전국적 이미지의 확립이라는 새 정치실험을 하고 있다. 때문에 權고문이 좌장인 동교동계 역학관계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상도동계는 나눠졌다. YS의 후계자 구상을 놓고 당시 최형우(崔炯佑).서석재(徐錫宰).김덕룡(金德龍)의원간의 분열은 심화됐다.

양갑의 불화설을 놓고 동교동 내부에는 "정권 차원의 갈등으로 연결될 수 있다" 는 걱정도 있다.

그러나 다른 견해도 있다. 동교동계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 비(非)동교동계 당직자는 "동교동계가 당론을 주도하려면 특유의 밀실 대화, 폐쇄 속의 단합에서 벗어나야 한다" 면서 "그 출발은 경선과 정권재창출 문제에 대한 활발한 토론과 경쟁" 이라고 주문했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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