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원룸 몸살 앓는 '담장없는 마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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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담장 허물기 운동이 시작된 대구 중구 삼덕3동이 원룸(다가구주택) 건축 붐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시민단체와 주민들은 살기 좋은 마을로 가꾸려는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기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삼덕3동은 삼덕.동인.동덕초교가 가까워 유흥업소가 없는 데다 대부분 한옥 등 단독주택이 자리잡고 있어 조용한 곳.

1998년 대구YMCA 김경민(金敬敏.38)시민사업국장이 처음으로 삼덕동 집 담장을 허물면서 시민단체.주민들이 담장을 허물고 허물지 않은 담장에는 벽화를 그리며 '살기좋은 마을 만들기' 운동을 벌여온 곳이다.

이후 동사무소도 담장을 허물고 녹색가게.청소년쉼터 등이 들어섰다. 현재도 이곳은 인근 삼덕초교 관사를 미술관으로 단장하는 작업이 진행중이다.

문제는 올들어 중구청이 허가한 원룸 48개(5백91가구) 가운데 가장 많은 10개(1백20가구)가 이곳으로 몰리게 된 것. 지난해는 1개에 불과했다.

벌써 3개 원룸은 공사가 진행중이며 김경민씨 집 바로 옆에도 원룸 때문에 기존 주택을 부수는 중이다.

원룸이 몰리는 것은 인근에 경북대 병원 등이 있는 데다 도심과 수성구가 가깝기 때문.

지난해 수성구에서 주민들의 저항을 강하게 받은 원룸업자들이 중구로 옮겨오고, 지난달 개정된 도시계획법 시행령에 따라 앞으로 이곳은 용적률이 2백% 이하로 규제되는 단독주택중심지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많아서란 지적도 나온다.

주민들은 주차난과 주거환경 악화를 크게 걱정하고 있다. 단독주택이 많아 지금도 골목마다 차들로 몸살을 앓는데 3~4층 10여개 가구에 차량 2~3대 분량의 주차시설을 갖춘 원룸이 들어서면

주차난은 최악일 게 분명하다는 것.

또 도심과 수성구 유흥시설에서 일하는 종사자들이 입주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주민 이영숙(53.여)씨는 "원룸 한개가 들어섰는데도 밤이면 시끄럽고 싸우기도 하는데 4~5집 건너마다 생기면 골치 아플 것" 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구YMCA.주민들은 중구청에 원룸 신축을 재고해 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하고 이달말까지 항의집회를 갖기로 했다.

업자들에 대해서는 원룸을 가족이 입주하는 다세대주택(연립주택)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한 업자는 "법에 따라 허가를 받아 짓는 것" 이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중구청 관계자는 "주거지역에 주택허가를 낸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주민들의 고충을 수렴, 대책을 세우겠다" 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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