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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대충·빨리빨리는 100% 망하는 길”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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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호 10면

박근태(55·사진) CJ 중국본사 대표는 1984년 홍콩 근무를 시작으로 중국과 인연을 맺은 ‘중국통’이다. 한·중 수교(92년) 이후엔 대우차이나 대표로 활약했다. 중국 대륙에서만 25년. 그는 한국 기업들의 중국 사업을 어떻게 평가할까. 그는 중국어도 잘 못하면서 ‘대충대충’ ‘빨리빨리’ 사업을 해선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25년째 중국 비즈니즈 하는 박근태 CJ 중국본사 대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철수한 한국 기업이 많다. CJ는 어떤가.
“우리는 전 사업군의 90% 이상이 중국 내수여서 영향이 없었다. 오히려 좋은 기회였다. 예를 들어 금융위기 때 사람들이 백화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인터넷 쇼핑을 한 덕에 매출이 더 늘었다. 반면 원자재를 수입해 중국에서 가공해 해외로 수출한 기업들은 수출 물량이 줄어 많이 철수했다.”

-당시 위기 극복 전략은 무엇이었나.
“철저하게 내수 위주로 나갔다. 예를 들어 중국인 입맛에 맞는 닭고기 다시다를 출시하는 등 중국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는 제품을 만들었다. 한국에서는 쇠고기 다시다지만 중국 사람들은 닭고기를 선호한다.”

-중국 비즈니스 진출에 대한 조언을 더 해 달라.
“중국 문화와 중국 사람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한국 사람들은 한국에서 잘되는 사업이 중국에서도 유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에서 예를 든 다시다의 경우 시장조사를 하지 않은 채 ‘한국에서 시장 점유율 80%였으니 한국인 교민과 조선족 동포만 사도 된다’는 어림수로 공략했다면 실패했을 것이다. 흔히 중국의 13억 인구를 모두 잠재 소비자로 착각하고 중국에 오는 경향이 있다. CJ 제품 중 사료는 농민 상대로 장사하지만 나머지 제품은 모두 중산층 이상을 겨냥한 것이다. 전체 인구 중 5%가 주 타깃이다. 중소기업 가운데 실패하는 사람 중에는 너무 큰 꿈을 갖고 전체 중국을 대상으로 하려 한다. 그것은 100% 망하는 길이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아직도 시정해야 할 것은.
“부족한 어학 실력과 성급함이다. 중국어를 못하면 무조건 6개월간 배우고 준비해야 한다. 다음에 중국 친구를 사귀고, 비즈니스는 그런 다음에 시작해야 한다. 한국식으로 ‘빨리빨리’ 덤비다간 안 된다. 중국에선 ‘빨리빨리’가 항상 망하는 케이스다. 중국 사람들도 그걸 알고 전략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예컨대 방을 구하러 온 한국 사람이 급한 모습을 보이면 주인은 오히려 뜸을 들인다. 방이 비어 있어도 방값을 더 받으려고 일부러 안 내준다.”

-중국 비즈니스를 하면서 갖게 된 좌우명이 있는가.
“홍콩 근무 때 중국 지인이 “먼저 친구가 되고, 천천히 사업을 하라”는 말을 했다. 그 한마디가 마음에 와 닿았다. 중국 사람과 거래할 때는 진정성으로 그들의 마음을 먼저 열어야 한다.”

-앞으로 계획은.
“제2의 CJ를 중국에 만드는 것이다. 그 말은 그룹 전체 매출의 50%(현재 8% 수준)를 여기서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현재 10~20%가 옮겨온 사업군을 더 옮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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