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태(55·사진) CJ 중국본사 대표는 1984년 홍콩 근무를 시작으로 중국과 인연을 맺은 ‘중국통’이다. 한·중 수교(92년) 이후엔 대우차이나 대표로 활약했다. 중국 대륙에서만 25년. 그는 한국 기업들의 중국 사업을 어떻게 평가할까. 그는 중국어도 잘 못하면서 ‘대충대충’ ‘빨리빨리’ 사업을 해선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25년째 중국 비즈니즈 하는 박근태 CJ 중국본사 대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철수한 한국 기업이 많다. CJ는 어떤가.
“우리는 전 사업군의 90% 이상이 중국 내수여서 영향이 없었다. 오히려 좋은 기회였다. 예를 들어 금융위기 때 사람들이 백화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인터넷 쇼핑을 한 덕에 매출이 더 늘었다. 반면 원자재를 수입해 중국에서 가공해 해외로 수출한 기업들은 수출 물량이 줄어 많이 철수했다.”
-당시 위기 극복 전략은 무엇이었나.
“철저하게 내수 위주로 나갔다. 예를 들어 중국인 입맛에 맞는 닭고기 다시다를 출시하는 등 중국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는 제품을 만들었다. 한국에서는 쇠고기 다시다지만 중국 사람들은 닭고기를 선호한다.”
-중국 비즈니스 진출에 대한 조언을 더 해 달라.
“중국 문화와 중국 사람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한국 사람들은 한국에서 잘되는 사업이 중국에서도 유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에서 예를 든 다시다의 경우 시장조사를 하지 않은 채 ‘한국에서 시장 점유율 80%였으니 한국인 교민과 조선족 동포만 사도 된다’는 어림수로 공략했다면 실패했을 것이다. 흔히 중국의 13억 인구를 모두 잠재 소비자로 착각하고 중국에 오는 경향이 있다. CJ 제품 중 사료는 농민 상대로 장사하지만 나머지 제품은 모두 중산층 이상을 겨냥한 것이다. 전체 인구 중 5%가 주 타깃이다. 중소기업 가운데 실패하는 사람 중에는 너무 큰 꿈을 갖고 전체 중국을 대상으로 하려 한다. 그것은 100% 망하는 길이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아직도 시정해야 할 것은.
“부족한 어학 실력과 성급함이다. 중국어를 못하면 무조건 6개월간 배우고 준비해야 한다. 다음에 중국 친구를 사귀고, 비즈니스는 그런 다음에 시작해야 한다. 한국식으로 ‘빨리빨리’ 덤비다간 안 된다. 중국에선 ‘빨리빨리’가 항상 망하는 케이스다. 중국 사람들도 그걸 알고 전략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예컨대 방을 구하러 온 한국 사람이 급한 모습을 보이면 주인은 오히려 뜸을 들인다. 방이 비어 있어도 방값을 더 받으려고 일부러 안 내준다.”
-중국 비즈니스를 하면서 갖게 된 좌우명이 있는가.
“홍콩 근무 때 중국 지인이 “먼저 친구가 되고, 천천히 사업을 하라”는 말을 했다. 그 한마디가 마음에 와 닿았다. 중국 사람과 거래할 때는 진정성으로 그들의 마음을 먼저 열어야 한다.”
-앞으로 계획은.
“제2의 CJ를 중국에 만드는 것이다. 그 말은 그룹 전체 매출의 50%(현재 8% 수준)를 여기서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현재 10~20%가 옮겨온 사업군을 더 옮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