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아트 갤러리서 현정숙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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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서울 삼성동 현대아트 갤러리에서 27일까지 열리는 현정숙전은 이야기가 있는 꽃그림 전이다.

소재는 쑥부쟁이.민들레.도라지 같은 야생화와 목련.넝쿨장미.접시꽃.해바라기처럼 시골집 부근의 꽃들이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그 꽃에서는 과장된 화려한 색채나 빛과 그림자의 강렬한 대비가 보이지 않는다.

감정을 제어한 평상심으로 사물을 바라보려는 것이다. 그 내용은 달관이라기 보다는 '세상은 이런 곳이다' 라는 수락의 미학이다. 화폭에 담긴 꽃들은 '힘들지만 나름대로 살고있다' 는 메시지를 담고있다. '태고…그리고 꿈-Ⅲ' 에서 금간 시멘트 담을 타고 오르는 넝쿨장미가 그렇다.

화병에 담긴 꽃무더기들은 '축제' 'Harmony' 같은 편안한 이름을 붙이고 있다.

하지만 저마다 모습을 뽐내기보다는 외롭고 불안정한 분위기를 풍긴다. 누군가 돌보고 사랑해준다는 믿음이 없는, 절정기를 막 지난 청춘이 느껴지는 것이다.

길가의 꽃과 숲을 그린 '5월 어느날' 같은 작품은 현실이 아닌 어떤 장소를 연상케한다. 구원을 가져다주는 피안의 세계라기 보다 이제는 도달할 수 없는 어떤 아늑한 곳이다.

작가는 경기대 조형대학원을 졸업하고 중앙문화센터 강사로 활동 중이다.

02-3467-6689.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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