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에 지자체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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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세종시민관합동위원회가 세종시에 입주할 대기업과 대학에 용지를 싸게 공급(3.3㎡당 36만∼40만원)하는 것을 중심으로 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지방자치단체들이 동시다발로 반발하고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7일 새벽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성남의 인력시장을 방문해 구직자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세종시에 비하면 (경기도에 대한 배려가) 100분의 1도 안 된다”며 “경기도를 홀대해도 유분수지. 다 가져가라. 그렇게 하면 어떻게 되는지 한번 봐라”고 말했다. 이어 김 지사는 “(세종시는) 선거 때 표 때문에 그러는 것”이라고 주장한 뒤 “(경기도의 홀대에 대해) 나중에 표로 보여주겠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는 경기도민회 신년 인사회에서도 “경기도도 뜨거운 맛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김 지사의 이 같은 발언은 정부가 세종시를 파격적으로 배려하는 반면 경기도가 요구해온 수도권 규제 완화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데 대한 불만의 표시로 보인다.

김범일 대구시장, 김관용 경북지사도 잇따라 기자회견을 하고 “세종시에 관한 보도를 접하니 모처럼 추진하는 사업에 차질이 우려된다”며 “세종시 이외의 다른 지역에 투자하는 기업이나 재투자하는 기업도 세종시에서처럼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국가과학산업단지 ▶첨단의료복합단지 ▶경제자유구역에 대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구국가산업단지의 분양가는 72만∼133만원으로 세종시보다 훨씬 비싸다.

전라남도 이상면 행정부지사도 기자간담회에서 “나주혁신도시와 해남·영암관광레저도시, 무안기업도시가 세종시 때문에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충청권의 지자체와 주민 반응도 다르지 않다. 유상곤 서산시장은 “서산테크노밸리 분양가는 3.3㎡당 60만원대로 세종시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세종시 개발이 본격 추진되면 서산시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산시는 2008년 초부터 분양 중인 서산테크노밸리 분양을 우려하고 있다. 수도권에 인접한 천안시는 2011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성남면 제5일반산업단지(150만㎡)의 조성원가(80여만원)가 행정도시에 비해 비싸 분양에 비상이 걸렸다. 박한규 천안 부시장은 “기업이 공장을 지을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땅값과 교통 등 입지여건인데 세종시에 인센티브를 몰아주면 다른 지역에 갈 것을 모두 빨아들이는 ‘블랙홀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홍권삼·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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