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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울음소리 가득한 새해를 꿈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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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다국적 제약업체 한국 지사 대표로 부임해 맞는 세 번째 새해. 모든 새해에는 희망이 가득 차게 마련이다. 하지만 올 새해 맞이는 유독 더 뭉클하고 행복하다. 3년 전 집사람과 두 아이와 함께 한국을 찾았던 우리 가족이 얼마 전 셋째 아이를 얻었기 때문이다. 셋째 아이는 한국에 오고 나서 우리 부부가 꿈꿔온 소중한 바람이었다.

한국에 와서 놀란 것은 아이들을 아예 갖지 않거나 한 자녀만 둔 부부가 주변에 상당히 많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귀해진 한국에서 셋째 아이를 낳아 한국에서 사귄 친구와 지인들에게 긍정적인 자극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또 한국에 살면서 알게 된 따뜻한 ‘정’의 문화를 두 아이는 물론 미래의 셋째 아이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바람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셋째 아이 출산의 기쁨을 여기저기 알리면서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 것은 대가족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들어왔던 한국에서 더 이상 세 아이를 둔 아빠는 거의 보기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나의 모국인 프랑스도 한때 저출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프랑스 출산율은 1990년 초 1.66명에서 현재 2.02명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한국에서는 성공한 여성의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려보면 ‘골드미스’라는 단어가 떠오를 만큼 여성의 일과 육아의 성공이 양립하기 힘든 환경이다. 반면 프랑스에서는 성공한 여성 중에서도 세 아이를 둔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보육시설 확충과 양육비 지원 등을 통해 자녀를 키우는 부부와 특히 직장을 다니며 아이를 키우는 커리어우먼을 국가와 기업, 그리고 사회가 함께 적극적으로 지원해온 결과다.

프랑스 정부는 일하는 부모가 자녀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국영 보육시설을 전국에 확충해 무료로 제공하고, 가족수당, 영·유아보육수당 등 양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는 등 가족지원정책에 국내총생산(GDP)의 3.0%(2005년 기준)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한국이 가족정책으로 쓰는 재정 지출(GDP 대비 0.3%)과 비교해 10배 이상 많다. 또한 개방적인 이민 정책을 통해 출산율 저하와 노령화로 줄어드는 젊은 노동력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프랑스 기업들도 직원들의 출산과 육아를 돕는 가족친화형 제도를 적극 도입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데, 이는 기업들이 좋은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해나갈 수 있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워킹맘, 즉 일하는 여성을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와 일하는 여성을 지지하는 가치를 보편적으로 받아들인 것이 오늘날 프랑스가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한국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는 국가라는 점을 생각할 때 가장 시급한 문제는 저출산과 고령화에 대비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워킹맘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고, 두 자녀 이상 낳아 기르는 가정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사회, 그리고 기업이 모두 함께 나서야 할 것이다. 새해에는 우리 가족처럼 갓난아이들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한국 사회에 더 많이 울려 퍼지기를 기원해본다.

파브리스 바스키에라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