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상봉] 비표 교대로 걸고 상봉하는 '릴레이 상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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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고 있는 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는 좀더 많은 가족이 북에서 온 부모.형제.자매와 만나기 위해 비표를 교대로 걸고 상봉장에 들어가는 '릴레이 상봉' 이 성행하고 있다.

한차례에 5명으로 제한된 상봉 범위 때문에 가급적 많은 이산가족들이 북에서 온 혈육을 만나기 위해 이런 방법을 쓰고 있는 것. 이는 '비디오 상봉' 과 '휴대폰 상봉' 등과 함께 이번 상봉에서 가장 널리 애용되고 있는 수법이 됐다.

지난 16일 오후 이뤄진 개별상봉에서 북측 방문단의 백운기(73)씨 가족의 경우 백씨의 동생 운선(70)씨가 호텔방과 엘리베이터를 오가며 밖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가족들에게 비표를 전해주고 데리고 들어오기를 되풀이했다.

백씨는 이 방법으로 이날 서울.광주.나주 등지에서 부부 동반으로 찾아온 남동생들 내외 8명과 조카 4명, 조카며느리 1명 등 모두 13명을 만나는 기회를 가졌다.

북측 상봉단의 일원인 金모(68)씨도 이런 방식으로 16일 애초에 상봉대상 가족 명단에 포함돼 있지 않았던 남측 생모 李모(89)씨와, 李씨가 재혼해 낳은 성(姓)이 다른 남매 등 모두 6명을 추가로 상봉했다.

이밖에 오빠 백기택(68)씨를 만난 여동생 분옥(66.서울 도봉구)씨는 자신의 비표를 남편 오낙영(75)씨에게 건네줘 처남-매부 상봉을 이루게 했다.

한 이산가족은 "한번에 5명까지만 허용하는 인위적 제한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짧은 상봉시간에 상봉장과 엘리베이터를 들락날락하며 비표를 바꾸느라 정신이 없다" 며 "아무리 합의사항이라지만 당사자들이 그토록 원하는데 상봉 횟수와 시간을 지나치게 제한할 이유는 없는 것 아니냐" 고 말했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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