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연구 기행문 형식 빌어 서술한 '…유적답사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차를 흔히 불교에서 파생된 걸로 해석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불교가 생겨나기 이전 이미 차라는 음료가 존재했고, 고대인들의 제단에 차가 오르고 있었음이 문자학의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다. 우리 민족은 차라는 마실거리가 영물(靈物)임을 알고 많은 의식의 최상 자리에 올려놓고 있는 것이다."

'차문화 유적 답사기' 의 저자 김대성(58)씨에게 차는 단순한 기호음료가 아니다. 요즘 유행하는 건강음료는 더더욱 아니다.

유.불.선(儒佛仙)이라는 신앙이 각종 의례에 차를 깊숙히 끌어들이고 있었음이 확인되고 있고, 차 한잔을 통해 우주와 하늘의 이치를 꿰뚫어 보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에게 차란 한국의 기층문화와 우리 고대사의 진실까지 유추해낼 수 있는 핵심 코드이다.

바로 그 때문에 백일과 작명례(作名禮), 성인식등의 각종 통과의례에 차를 올리는 의식을 일상화했고, 이런 현상은 한국만의 특징이라고 신간에서 주장한다.

풍부한 탐방을 통해 현장의 도판을 십분 활용하고 있는 '차문화 유산답사기' 의 기본 뼈대는 기행문. 권역별로 차 문화의 흔적을 답사하고 있다.

상권은 부산과 경남지역, 중권은 호남과 경북지역을 각각 다루고 있고, 하권에선 서울.경기.강원.충청지역을 훑고있다.

단 서술은 해당 지역에 연고를 가진 인물별로 차문화의 흔적을 추적하고 있어 읽기에 지루하지 않다.

해당인물은 고대이후 중세까지 주요인물이 거의 망라돼 있어 차문화의 뿌리와 저변이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크다는 점을 일깨운다.

이 책이 1970년대 후반 이후 지속적인 탐방과 연구의 소산이라는 점도 저자의 내공을 짐작케 한다.

차 마시기가 캔 음료로까지 일상화된 것이 최근 10년새의 일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1970년대는 매우 빠른 시기에 속한다.

저자는 차 문화란 성격상 종합 장르라서 앞으로 연구의 여지가 널려있고, 이에 따라 서술내용도 보완해나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조우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