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 21~25일 도쿄서 수교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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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북한과 일본간의 제10차 수교교섭 회담이 21~25일 도쿄(東京)에서 열린다.

이번 회담에서는 북한의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한국 언론사 사장단과의 회견에서 밝힌 대일관계 입장이 풍향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金위원장의 발언은 과거청산과 북한의 일본인 납치의혹 문제가 핵심이다.

그는 "과거 문제도 있고 청산할 문제도 있다" 며 "일제 36년을 보상해야 한다" 고 말했다. 과거청산 문제를 金위원장이 공개석상에서 밝힌 것은 이것이 처음이다.

그러나 金위원장은 1990년 북측이 요구한 전후 45년 간의 보상은 이번에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의혹과 관련해선 "일본이 부당한 해명을 요구하는데 그러면 메이지(明治)유신 때부터 따져야한다" 며 쐐기를 박았다.

일본측은 이 발언을 두 갈래로 해석한다.

"대일 강경 입장을 재확인했다" 는 풀이와 "과거 보상문제만 매듭지으면 된다는 소리" 라는 해석이 그것이다. 어느 쪽이든 金위원장의 발언을 교섭 직전의 일본 흔들기 전술로 보기는 마찬가지다.

일본 정부는 일단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고노 요헤이(河野洋平)외상은 14일 "과거 청산을 위해 노력하겠다" 며 수교의지를 보이면서도 "북.일간의 모든 현안이 적절히 해결돼야 한다" 고 말해 일본인 납치 문제도 양보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金위원장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이번 회담에서 북측 대표단(단장 정태화 대사)은 과거청산 요구와 납치의혹 부인으로 일관할 것으로 보인다.

고노 외상의 발언으로 미뤄 일본측도 이에 대응해 북한측과 치열한 줄다리기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회담이 겉돌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전방위 외교를 펼치는 북한은 일본의 개발자금 지원이 절실하다.

일본으로서도 북한이 국제사회 진출을 꾀하고 한국도 대북 포용정책을 펼치며 북.일 수교를 막지 않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낮은 인기로 고민하는 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도 외교로써 점수를 따야 한다.

고하리 스스무(小針進)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동북아정세)는 "다음달 유엔총회 때 모리 총리와 김영남(金永南)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간의 정상회담이 이뤄질 것" 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담이나 그밖의 물밑접촉에서 보상금(북한)이나 청구권 금액(일본)에 관한 진전이 있을 수도 있다.

북.일 정상회담 논의도 가능하다. 회담을 전후로 일본이 대북 추가 식량지원을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수교교섭의 틀은 예전 그대로지만 북.일간의 환경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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