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위성방송 허가방식 재고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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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정부의 가장 중요한 2개의 사업자 허가 과정이 진행 중이다. 그 하나는 방송산업에 일대 변화를 가져올 위성방송이고, 다른 하나는 정보통신산업의 전환점이 될 IMT-2000이다.

두 사업 모두 방송과 통신 분야에서 중요한 변화를 야기하고 그 파장이 크다는 점에서 관련 당사자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 나아가 일반 시민까지 모든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진행 과정을 보면 두 사업자 허가 과정은 커다란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첫째, 허가주체가 다르다. 위성방송사업자 허가는 정부부처가 아닌 방송위원회가 담당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사업 허가가 모두 정부부처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던 데 비해 이번 위성방송사업자 선정은 방송위원회라는 독립된 행정위원회에서 처음으로 허가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IMT-2000 사업자 허가는 종전처럼 정부부처인 정보통신부가 담당하고 있다.

둘째, 허가 일정과 허가 방식의 확실성 여부가 다르다. 특히 위성방송사업 쪽이 불확실하다.최근의 언론 보도는 위성방송사업을 추진하고자 하는 3개의 컨소시엄이 단일화에 합의했다는 것과 단일 컨소시엄 구성이 어려울 경우 사업자 선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모순적인 내용을 함께 담고 있다. 어느 것이 사실이며,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가. 반면 IMT-2000은 애초 정부가 제시한 일정과 방식대로 진행 중이다.

셋째, 위성방송과 IMT-2000사업 모두 컨소시엄을 지향하고 있지만 그 추진방식이 다르다. 위성방송사업자 컨소시엄 구성은 허가주체인 방송위원회가 아예 나서서 주도하고 있다. 여러 경쟁사들 가운데 하나의 우수한 컨소시엄을 선정하기보다 아예 하나의 신청자만 만들어 선정 과정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단일 컨소시엄을 위해 다양한 사업자들의 구체적인 지분까지 제시하며 컨소시엄을 강제적으로 유도하는 모습을 띠고 있는 것이다. 사업자 주도가 아니라 허가주체 주도다.

반면 IMT-2000 사업은 사업자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정보통신부의 역할은 컨소시엄 구성이 심사 배점에 반영된다는 것을 밝힌 것뿐이다.

넷째, 참여 사업자들의 추진방향이 다르다. 위성방송사업자의 경우 한 컨소시엄에 모든 참여자를 담고자 한다. 이런 방식은 모양은 그럴 듯할지 몰라도 컨소시엄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사업자가 안이한 자세를 가지며 결과적으로는 시청자에게 질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된다.

참여 희망 사업자들의 경쟁이 지분경쟁으로 바뀌다 보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에 신경을 쓰기보다 지분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 2대 주주냐 3대 주주냐 등이 핵심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IMT-2000 사업은 시장경제원리와 정보산업의 미래 변화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

물론 이런 허가방식의 차이는 방송과 통신의 패러다임이 크게 다른 데서 기인한다. 방송의 경우 사회적.문화적 영향력이 크고, 따라서 방송의 독립성 요구가 지배적인 상황이다. 이러니 사업자의 자율성이나 경쟁, 시장에 대한 믿음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허가주체인 방송위원회가 사업자 구성을 주도하고 급기야는 방송위원회가 허가주체인지 사업주체인지 모를 지경마저 되는 것이다.

이제는 민간 영역이 확대되고 사업자의 자율성이 커지며 그에 비례해 공공기구의 역할은 달라지고 있다. 공공기구의 역할은 국가의 목표에 따라 틀을 만들고 공정한 심사와 선정을 하면 되는 것이다. 그 선을 넘어설 때 원칙이 무너지고 투명하지 않으며 부작용이 나타나고 불필요한 코스트를 들이게 된다.

위성방송의 경우 사업자의 자율성보다 공공기구의 개입이 지나치고, 투명하게 원칙에 따라 추진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더 늦기 전에 방송위원회가 이 혼란을 정리하고 첫 작품인 위성방송사업자 허가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그래서 위성방송사업 참여자들이 지분에 집착하기보다 위성방송의 사업성이나 질 좋은 서비스, 시청자에 대한 편의 등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김대호 <인하대 교수.언론정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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