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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바람따라] 강화 한옥기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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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강화도에는 고대 원시문화부터 신미양요(1871년) 최대의 격전지였던 광성보(廣城堡.인천광역시강화군 불은면 덕성리.사적 제227호)등 역사를 전해주는 유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그래서 강화도는 민족사의 전시장이자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우리 역사의 단층이 고르게 깃들여 있다.

그 섬으로 한옥기행을 가보자. 거듭된 외세의 유린으로 세월의 축적에 비해 유적이 많지는 않지만 발품에 값하는 맛이 있다. 손꼽히는 유적으로는 축성 1백돌을 맞는 성공회 강화성당, 19세기 사대부 살림집 용흥궁과 철종 외가, 바다를 마당처럼 거느린 정수사 법당을 들 수 있다.

□성공회 강화성당 (가장 오래된 한옥 기독건축)

갓 쓰고 도포 입은 예수님. 성공회 강화성당이 주는 느낌이다. 태극무늬 선명한 외삼문을 지나면 내삼문, 영락없이 유교 사당이다. 들어서면 기둥마다 주련(柱聯)을 건 고래등 기와집-성당 본관이다. 천주성전(天主聖殿) 현판은 대웅보전(大雄寶殿)이라고 착각하기 십상이다.

마당에 아름드리 보리수 나무까지 있어 지붕 십자가만 아니면 절이라 해도 믿을만하다.

그러나 정면 4칸, 측면 10칸의 길다란 건물 내부는 서양 종교건축의 기본형인 바실리카 양식을 따랐다.

외관은 2층이지만 안은 툭 터진 통층이다. 아래층은 정면을 뺀 3면을 벽으로 두르고 윗 부분에 한식 여닫이 창을 달아 빛을 제한했다. 반면 위층은 4면 전체를 유리창으로 개방했다.

'하늘에서 오는 빛' 을 보여주려는 신앙적 배려가 느껴진다.

성당은 1900년 11월 15일 준공된 가장 오래 된 한옥 기독건축이다. 뗏목으로 운반해 온 백두산 적송을 사용했으며 당시 도목수는 경복궁 중건에 참여했던 궁궐 목수였다고 전해오는데 누구인지 알 길이 없다.

□정수사 (마니산 중턱서 바다 굽어봐)

신라 선덕여왕 8년(639) 회정선사가 마니산 중턱에 창건한 사찰. 숲 터널 따라 1백8계단 위에 자리잡은 절은 단출하고 아늑한데 오르던 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수해(樹海)너머 서해 바다가 초원처럼 펼쳐진다. 동남향으로 해맞이도 좋고 일몰후 바다 멀리 타오르는 들불같은 인천 야경도 볼만하다.

1423년 초창한 법당은 여러 차례 중창을 했다. 그 과정에서 건축 양식의 나이테가 켜를 더했다.

건물 뒷면에는 초창 때의 단순 간결한 의장이 남아 있고, 앞쪽의 공포나 화반은 꽃봉오리 장식이 탐스럽다.

당초 정면.측면 3칸씩이었는데 앞퇴간를 이어내고 마루를 깔아 정면 3칸, 측면 4칸 건물이 되었다.

맞배지붕 건물에 앞퇴를 달아내 옆에서 보면 용마루를 중심으로 지붕 앞뒤 길이가 달라 기우뚱해 보인다.

사람들은 마루 앞에 서면 바다를 바라보다 넋을 놓고 주저앉는다. 절을 지은 사람이 부처님에게 무엇을 바치려 했는지 알만하다. 그러나 주지스님은 '부처님과 등 돌리고 앉으면 어떡하냐' 며 질색이다.

멋쩍게 일어나 돌아서다 사람들은 모란과 연꽃이 막 피어날 듯한 4분합 꽃살문을 보고 또 탄성을 토한다.

부처님 눈 높이에서 문을 내려다보는 상상을 해보면 더 즐겁다. 꽃줄기 틈 창호지를 통해 빛이 스미면 문은 꽃밭이 된다. 목수는 바다 조망과 꽃 공양을 부처님께 바친 것이다.

법당 옆 샘의 물맛이 유명하다. 정수사(淨水寺)라는 절 이름도 이 샘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용흥궁과 철종 외가 (19세기 사대부 살림집 전형)

철종(1831~1863)이 왕위에 오르기 전에 살던 오막살이 집터에 지은 집이 용흥궁이다. 철종의 외가도 비슷한 시기에 지어졌다. 질박하고 고졸하지만 품격이 살아 있는 19세기 경기도 사대부 살림집의 유형을 볼 수 있다.

▶쉬거나 놀 곳〓정수사 아래 함허동천 계곡에는 가족 나들이에 알맞는 시범야영장이 있다.

해안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2.5㎞ 가면 분오리돈대. 이곳에 오르면 물때 따라 다양하게 변하는 바다 풍광을 즐길 수 있다.

바로 옆 동막해수욕장에서는 물이 빠지면 드넓은 갯벌을 누비며 조개나 소라를 주워 볼 수도 있다.

이택희 기자

<찾아가는 길>

▶승용차〓강화읍 중앙시장 맞은편 고려당 빵집 앞에서 고려궁터 방향으로 조금 달리면 용흥궁.성공회 성당 표지판이 잇따라 서 있다.

철종외가는 강화 초입 4거리에서 좌회전을 한 후 찬우물고개 3거리를 거쳐 선원면 파출소 3거리서 우회전해 5백m를 들어가면 된다.

정수사는 전등사~선두포 3거리~함허동천을 거치면 정수사 입구에 다다른다.

▶대중교통〓서울 신촌이나 영등포역에서 출발하는 강화행버스가 10~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강화터미널에서는 성공회성당.용흥궁.정수사.전등사행 버스가 자주 운행된다.

<맛 집>

▶옛아리랑집 젓국갈비〓두부고기.무낙지처럼 재료 중심으로 음식이름을 짓는다.

젓국갈비는 잘게 토막친 돼지 생갈비에 감자와 두부를 넣고 새우젓국으로 간을 해 전골식으로 끓인 음식이다. 보기에는 국물이 멀겋지만 돼지고기 맛과 새우젓국이 어우러져 시원하다.

처음 머뭇대던 사람들도 맛을 보고는 국물을 싹 비운다. 안주로도 일품이다.

1만5천원이면 3~4인이 충분히 먹을 수 있다. 용흥궁 옆집. 새벽 5시30분 문을 연다.

032-934-2566

▶동막소라집 삶은 소라〓공들여 찾지 않으면 간판도 안 보인다.

남편이 집 앞 갯벌에서 소라를 잡아오면 아내는 삶아 판다. 잡아 온 게 다 팔리면 영업도 끝이다. 바가지에 담은 소라와 이쑤시개, 초고추장 한 종지가 상차림의 전부. 그러나 뻘만 씻어내고 자연 그대로 삶은 소라의 참 맛을 볼 수 있다.

요즘은 알이 배고 살도 단단해져 잘 안 빠진다. 작은 망치를 준비면 유용하다. 해물된장찌게도 맛 있다. 동막해수욕장 서쪽 끝 길가에 있다. 미리 전화를 해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

032-937-8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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