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미국·일본 클래식 공연장 '노인들 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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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유럽과 미국.일본에서 노인들을 보려면 클래식 공연장에 가면 된다.

특히 일본에서는 50~60대의 '오바상(아줌마 부대)' 에 클래식 흥행이 좌우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이들은 옷 사 입을 돈은 없어도 5만~6만엔(50만~60만원)에 이르는 외국 오페라단 공연의 로열석 티켓은 앞다투어 구입한다.

하지만 클래식 공연기획자들은 청중의 노령화 추세가 계속되면 10년, 20년 후에는 클래식 관객의 '멸종 위기' 가 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래서 외국 공연장.오케스트라.연주자들은 청소년 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

프랑스에서 오케스트라.공연장.페스티벌에서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은 필수적이다.

파리 샤틀레 극장의 총감독 장 피에르 브로스만은 최근 이 극장의 운영방안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청소년 관객이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늘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청소년기에 음악을 들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모차르트 효과' 덕분에 지난해부터 피아노 매출액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최근 스페인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클래식 관계자, 특히 청소년들에 공을 들이는 사람들은 힘이 절로 빠질 듯싶다.

프랑스 격월간지 '음악인의 편지' 최근호가 소개한 이 조사에 따르면 스페인 국민의 92.3%가 1년에 단 한번도 클래식 공연에 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세 미만의 스페인 청소년들은 록.테크노.랩 등 대중음악을 좋아하고 25세 이상 55세 미만은 발라드.재즈.월드뮤직 등 부드러운 팝음악을 즐긴다.

또 55세 이상은 사수엘라(스페인식의 오페레타).플라멩코.클래식 음악을 듣기 시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즐겨 듣는 음악은 나이를 따라가게 마련이란 얘기다.청소년기에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나이가 든 다음에야 클래식의 깊은 맛을 즐기게 된다는 것이다.

젊어서 한때 팝음악에 심취해 보지 않은 사람이 없지만 60대 노인이 헤비메탈을 듣는 경우도 없는 법이다.그래도 '미래의 청중' 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 할 수는 없다.

아무래도 젊어서 클래식을 들어 본 경험이 있어야 나이가 들어서도 다시 찾게 되지 않을까 하는 '미련' 때문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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