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도미노피자 토핑·소스 미국 23개, 한국선 42개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제품을 사서 밖으로 나가는 고객이 많아 ‘테이크 아웃’ 형태로 운영되는 스무디킹의 미국 마이애미점(왼쪽). 2003년 한국에 진출하면서 미국형 매장을 냈던 이 브랜드는 앉아서 얘기하기를 좋아하는 국내 고객의 취향에 맞춰 매장 형태를 바꿨다. 카페 형태로 꾸며진 서울 서여의도점(오른쪽). [스무디킹 제공]

커피전문점 브랜드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해 10월 각 매장에 급속 조리오븐기를 설치했다. 3면 입체가열 기능을 갖춰 매장에서 40초 내에 음식류를 조리할 수 있는 기기다. 동양매직과 1년여 동안 공동 연구한 끝에 개발했다. 스타벅스는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브랜드지만, 이 기기를 쓰는 곳은 한국뿐이다.

스타벅스코리아가 조리기구를 독자 개발한 것은 한국 소비자의 까다로운 입맛에 맞추기 위해서다. 스타벅스의 미국 매장에선 상온 보관이 가능한 베이커리류 제품을 주로 판매한다. 하지만 한국에선 반가공된 빵과 샌드위치, 머핀 등 음식 종류가 미국보다 20~30가지 많다.

이 회사 박찬희 부장은 “국내 고객들은 샌드위치의 경우 겉의 빵은 갓 구운 것처럼 바삭하고 안의 채소는 신선해야 좋아한다”며 “조리오븐기에 음식별로 적합한 조리법 160가지를 입력해 놨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11월 방한한 머시 코랄레스 스타벅스 아시아·태평양지역 사장은 “한국 고객의 수준이 높아 여기서 검증을 받으면 다른 아시아 국가로 진출해도 괜찮다”며 “앞으로 아태 지역에 출시하는 음료 등 신제품은 한국 시장을 테스트 마켓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외식 브랜드는 전 세계에 매장을 갖고 있다. 하지만 본사가 위치한 미국 매장과 한국 매장에는 다른 점이 많다. 한국 소비자의 독특한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브랜드가 한국에서만 펼치는 활동을 살펴보면, 한국 시장이 전 세계 신제품의 테스트 마켓으로 떠오르는 이유를 알 수 있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신제품 즐기는 ‘얼리어답터’=미국에 본사를 둔 도미노피자는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매년 두 개 정도 신제품을 출시했다. 하지만 요즘은 3개월마다 신제품을 내놓는다. 한국 고객들이 새로운 제품을 먼저 맛보고 평가한 뒤 다른 사람에게 입소문을 내는 ‘얼리어답터’형이기 때문이다.

도미노피자 관계자는 “소비자 조사를 해보면 요즘 국내 고객들은 맛뿐 아니라 식재료의 트렌드까지 신경 쓰면서 어떤 요리에 무슨 재료가 어떤 요리법으로 들어갔는지 살핀다”며 “요리 관련 블로그나 카페가 한 포털사이트에만 몇만 개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 회사에서 신제품을 출시하면 2개월 동안 해당 제품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달한다. 하지만 3개월째로 접어들면 20%대로 떨어지면서 또 다른 제품 출시를 기대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한다.

패밀리레스토랑도 비슷한 추세다. 미국 브랜드인 베니건스는 한 해 한두 차례 새 메뉴를 내놓다가 2007년부터는 아예 ‘셰프가 요리하는 레스토랑 베니건스’로 컨셉트를 바꿨다. 국내 소비자의 빠른 선호도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지난해에만 콤보 메뉴 4종과 어린이 메뉴 3종, 파스타 4종을 출시했다.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기는 웬만해선 힘들다. 그래서 피자에 들어가는 재료 수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도미노피자의 경우 미국에선 토핑과 소스 종류가 23가지인데, 한국에선 42가지나 된다. 최근 2~3년간 출시된 피자에는 페퍼로니·새우·오징어·닭가슴살·불고기·스테이크·마늘 등 갖가지 토핑이 평균 12~13가지 올라간다. 미국에선 지금도 많아야 서너 가지라는 설명.

콜드스톤 미국 본사가 판매하는 ‘미드나잇 딜라이트, 쿠키 크리미 케이크’(왼쪽)는 단순하다. 반면 한국콜드스톤은 독특한 모양을 원하는 고객을 겨냥해 ‘헬로우 크리스마스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출시했다. [콜드스톤 제공]


◆웰빙 제품 선호 뚜렷=미국 아이스크림 브랜드 콜드스톤은 한국에 들어온 2006년, 본사 매장에서 팔리는 제품을 그대로 들여왔다. 초콜릿이나 캐러멜, 휘핑크림, 치즈 등을 넣어 매우 달고 진한 맛이었다. 하지만 웰빙 바람이 한창이던 국내 시장에서 빛을 보지 못했다. 2007년 한국콜드스톤은 요거트와 체리 아이스크림을 독자 개발했다. 요즘 이 브랜드에서 매출 1위는 요거트 아이스크림이다. 석류 아이스크림도 내놨는데, 고객의 소리 게시판에 ‘여성들 사이에 인기 있는 석류 제품을 개발해 달라’는 글이 올라온 데 착안한 것이었다.

콜드스콘의 전 세계 1500여 개 매장 가운데 가장 많은 레시피와 이색 메뉴를 갖춘 곳은 미국 본사가 아닌 한국 지사다. 한국 콜드스톤 관계자는 “100% 찹쌀가루로 만든 전병 속에 아이스크림을 넣은 ‘아이스 모나카’를 한국 지사가 개발했는데, 역으로 중국과 대만 콜드스톤에 수출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사람들은 국내산 농산물을 특히 선호하기 때문에 글로벌 브랜드들은 이런 제품 출시에 열을 올린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해 4월 친환경 경기미와 자색고구마, 단호박 등 우리 농산물로 만든 라이스칩을 내놨다. 출시 한 달 만에 2만 개가 넘게 팔렸다. 이 회사는 불고기·오곡 등 한국적인 맛을 반영한 제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담소 즐기니 매장도 바꿔=미국 동부를 중심으로 600여 개 매장을 가진 기능성 음료 브랜드 스무디킹. 2003년 국내에 들어와 서울 명동에 1호점을 냈다. 미국에서처럼 ‘테이크 아웃’(제품을 사서 밖으로 나가는 것) 형태였다. 그런데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앉아서 얘기할 만한 장소가 없자 음료를 내놓기 위해 만든 테이블에 앉으려는 현상이 빚어졌다. 김성완 한국스무디킹 대표는 “미국에서는 펍이나 레스토랑과 달리 카페에서는 책이나 신문을 읽으며 혼자 시간을 보내는데, 한국 고객들은 식사 후 본격적인 대화를 나누려고 카페를 찾는다”며 “앉아서 얘기하기를 즐긴다”고 말했다. 그래서 좌석 10개 미만의 테이크 아웃 형태가 대다수인 미국과 달리 한국에선 99㎡(30평) 이상의 카페형으로 운영 중이다. 오래 매장에 머물다 보니 음료 외에 오트밀빵이나 쿠키 등 사이드 메뉴도 필요했다. 미국 스무디킹 매장에서는 이런 음식을 팔지 않는다.

 김성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