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미국, 뛰는 경제에 나는 생산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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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미국 경제가 '고성장과 저물가' 라는 신경제의 두 고삐를 단단히 쥐고 고공비행을 계속하고 있다.

미 경제는 2분기 노동생산성이 17년 만에 최대로(전년 동기 대비)증가한데다 노동비용도 16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섬으로써 인플레 우려 없이 안정적인 성장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추가 금리인상 움직임에도 쐐기가 박혔다.

◇ 높은 노동생산성〓미 노동부는 2분기 노동생산성(농업부문 제외)이 전분기보다 5.3% 상승했다고 8일 발표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5.1% 증가해 1983년 3분기 이후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내구재 제조업 생산성이 9.6%의 증가율을 보이는 등 제조업 부문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노동생산성은 노동자들의 시간당 산출량을 나타내는 것으로 민간부문의 국내총생산(GDP)을 총 노동시간으로 나눠 구한다.

미 경제는 2분기 중 산출량이 5.9% 증가했고 노동시간은 0.5% 늘어났다. 노동시간은 조금 늘었는데 생산량은 아주 많이 증가했다는 얘기다.

생산성이 크게 증가하면서 산출물 한 단위를 생산하는 데 드는 단위노동비용(시간당 명목임금÷노동생산성)도 전년 동기 대비 0.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84년 이후 첫 감소세다.

단위노동비용은 생산비용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단위 노동비용이 감소세라는 것은 물가압박 요인이 줄어 인플레 없는 안정 성장이 가능하다는 신호로 풀이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정보기술(IT)분야를 중심으로 한 활발한 투자와 뛰어난 설비 인프라, 그리고 숙련된 인력들이 맞물려 이처럼 높은 생산성을 가능케 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시장의 반응〓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2일의 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에서 추가 금리인상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7월 실업률이 전달과 같은 수준(4%)을 유지했고, 생산성까지 급증한 이상 인플레에 대한 우려가 불식됐다는 것이다.

골드먼 삭스는 연말까지 추가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이체방크도 연말까지의 금리인상 전망을 7.25%에서 6.75%로 하향조정했다.

신경제가 지속될 것이라는 확신감은 금융시장에 바로 영향을 미쳤다.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 지수는 전날보다 1.01% 상승한 10, 976.89를 기록해 3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 재무부 채권도 5년물이 0.18%포인트, 10년물이 0.25%포인트 올랐다.

그러나 생산성 증가가 얼마나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메릴린치의 경제분석가 스탄 시플리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에 따른 임금인상 압력이 생산성 향상에 의해 잘 억제되고 있다" 며 "이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퍼스트 유니언 은행의 마크 비트너는 "생산성 증가는 IT 투자에 따른 구조적인 변화가 아니라 비용절감을 위한 기업들의 신규고용 감소에 따른 단기효과" 라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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