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선다변화 해제 48개 품목 영향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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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상반기 중 국내에 수입된 휴대폰의 96.5%가 일본 제품이다. 굴삭기나 소형엔진도 80% 이상이 일본산이다.

1998년까지만 해도 수입 휴대폰 중 일제 비중은 0.1%였다.

일본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진 것은 지난해 1월과 7월에 실시된 48개 품목의 수입선다변화 조치 해제 때문이다.

수입선다변화 조치 해제 이후 국내 기업들이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던 제품의 수입선을 일본으로 바꾸고 있다.

경쟁력이 없어 수입하지 않았던 캠코더.전기밥솥 등의 경우에도 일본 제품이 수입되고 있다. 그러나 TV.VCR.자동차 등 내구 소비재의 일본상품 수입은 아직 크게 늘지 않고 있다.

◇ 기계류의 수입선을 일본으로 바꾼다〓수입선다변화 조치가 풀린 48개 품목의 상반기 중 일본 제품 수입액은 3억9천5백만달러로 지난해 1년치 수입액의 86%에 육박했다.

일본산의 수입 비중은 지난해 36%에서 상반기에 41.4%로 높아졌다. 굴삭기.소형 엔진 등 기계류와 볼베어링.밀링머신 등 공작기계의 수입선 전환이 두드러졌다.

SK텔레콤은 98년말까지 대부분 미국에서 수입하던 휴대폰을 올해는 일본에서 수입했다.

회사 관계자는 "가격이 다소 비싸지만 기술이 좋고 점점 작아지는 국내 휴대폰 시장의 성향에 맞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수입선을 일본으로 바꾼 기업들은 ▶앞선 기술력▶합리적인 가격▶같은 문화권으로 상품에 대한 소비자 기호가 비슷한 점 등을 꼽았다.

무역협회는 지난해 1월부터 올 6월까지 늘어난 일본에서의 수입 4억7천5백만달러 중 수입선 변경에 따른 증가액을 1억3천2백만달러로 추산했다.

◇ 소비재도 영향받기 시작〓국산이 주도해온 전기밥솥과 캠코더 시장을 일제가 대체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98년 4만5천달러였던 전기밥솥의 수입액이 상반기에 3백85만달러로 늘어났다. 캠코더도 상반기 중 3천2백만달러어치의 일제가 수입돼 지난해 연간 수입액(2천3백만달러)을 앞질렀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컬러TV.VCR.복사기 등 내구 가전 및 사무용품의 경우 수입액은 늘었지만 점유율은 아직 크게 높아지지 않았다.

무역협회 이인호 동향분석과장은 "29인치 이하 TV와 범용 VCR는 국산이 가격 경쟁력이 있기 때문" 이라고 분석했다.

李과장은 그러나 34인치 이상 대형TV와 고급 VCR는 앞으로 일본 제품이 많이 들어올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도 국내 판매망이 구축되면 2001년께부터 대형차를 중심으로 시장 공략이 예상된다.

◇ 양국간 무역 득실〓수입선다변화 해제 품목이 국내 수입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1.2% 선이다.

이들 품목의 일본산 수입은 99년 1백5% 증가한데 이어 올 상반기 중 1백55% 늘었다.

산업자원부 윤상직 수출과장은 "수입선다변화 해제 이후 일본의 수입규제 장벽 해제를 요구하는 등 공세적 입장을 취할 수 있게 돼 한국의 입장이 강화되는 측면도 있다" 고 말했다.

대한무역투자 진흥공사 일본팀 정혁 부장은 "올 상반기 한국 제품의 일본시장 점유율이 89년 이후 최고치인 5.5%를 기록했다" 며 "컴퓨터.반도체.무선통신기기 등 일부 전기.전자제품의 수출이 많았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보컴퓨터가 일본 업체와 공동으로 저가형 PC사업을 공동으로 벌인 사례를 들며 "수입선다변화와 같은 인위적 수입규제 장벽보다 오히려 자유경쟁 체제에서 일본과 손잡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는 것이 일본과의 무역역조를 줄일 수 있는 길" 이라고 강조했다.

상반기중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액은 1백58억달러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51.2% 늘었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한국 제품의 일본 수출액은 97억달러로 44.3% 증가했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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