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경선서 10억이상 쓰면 퇴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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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김원길(金元吉)최고위원 선거관리위원장은 9일 "이번 경선에서 만약 10억원을 쓰는 후보가 있다면 그런 사람은 정치권에서 아예 퇴출시키는 방안을 강구하겠다" 고 말했다.

'최고위원 경선에서 10억원 이상을 쓰는 후보가 있다' 는 설이 나돌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다. 그는 "돈 덜 쓰는 선거풍토를 만드는 데 정치생명을 걸겠다" 고까지 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8일 전지구당에 공문을 보냈다.

후보들에게 대의원 접촉을 알선하고 대의원 명부를 유출하는 위원장들에겐 중앙당에서 지급하는 6개월치의 지급금을 중단하겠다' 는 내용이 담겼다.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이 지도부의 대의원 개별접촉 금지령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 혼탁.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각 후보의 선거캠프 주변에는 "A후보가 지구당을 돌며 대의원들과 만나 향응을 베풀었다" "B후보는 수억원대의 선거자금을 뿌렸다더라" 는 루머를 쉽게 들을 수 있다.

실제로 선관위는 대의원 접촉 금지 규정을 어긴 사례를 적발, 세명의 후보에게 구두로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서도 '돈 덜쓰는 선거' 를 실천으로 옮기는 후보들이 있다. 이협(李協.익산).조순형(趙舜衡.서울 강북을)의원이 대표적인 경우다.

李의원의 경우 대부분의 후보들이 지구당사 방문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의원회관에서 전화를 통해 대의원들과 지구당 위원장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李의원의 비서는 "많은 날은 하루 1백여통을 한 적도 있다" 고 말했다.

여의도에 마련한 선거캠프도 과거 민추협 등 야당시절부터 함께 했던 30여명의 자원봉사자로 꾸려나가고 있다.

李의원은 "누가 최고위원이 되느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국민에게 민주당 경선이 어떻게 비춰지느냐" 라며 '여당 이미지 관리론' 을 강조했다.

趙의원의 경우 지금껏 지구당 방문은 물론 시.도지부 개편대회에도 일절 참석하지 않았다. "당내에서 하는 경선인데 내가 잘났으니 날 찍어달라고 하기가 겸연쩍지 않으냐" 는 것이다.

토론회 준비를 위해 이날 오후 국회 도서관 5층의 의원열람실을 찾은 趙의원은 "1993년 최고위원 경선 때도 조직 없이 준법선거를 했다가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지지 않겠느냐" 며 대의원들의 '양식' 에 기대를 걸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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