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 시장 새해부터 후끈후끈

중앙일보

입력

1조5000억원 규모(100만대) 국내 정수기 시장이 신년부터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밥솥시장 1위 업체인 쿠쿠홈시스가 정수기 사업 진출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쿠쿠홈시스는 5일 ‘쿠쿠 내추럴워터 냉온 정수기’를 출시하고, 정수기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쿠쿠는 30년간 밥솥을 만든 기술력과 노하우로 정수기 시장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 사업에 진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장 진입에 맞춰 내놓은 첫 제품 '내추럴워터 정수기'는 내추럴 필터(복합필터)를 적용, 물 맛을 좌우하는 필터를 차별화해 최상의 물 맛과 건강한 성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특히 이 회사의 기술력을 집대성한 내추럴 필터는 자연수의 건강함과 깨끗함을 그대로 담아낼 수 있도록 필터의 소재를 천연 참숯, 세라믹볼 및 은첨활성탄으로 구성했다. 4단 필터, 6단계의 필터링 시스템과 중공사막방식을 사용해 미네랄이 풍부하고, 우리 몸에 가장 가까운 약알칼리수를 제공해 준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

렌탈 방식이 자리잡은 정수기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쿠쿠는 렌탈료를 파격적으로 내렸다. 월 3만~5만원 수준의 기존 경쟁업체들보다 30% 저렴한 월 1만9900원으로 책정했다. 또 전국 90개 지점 500여명의 전문 관리기사를 두고 필터 교체 및 서비스를 제공해 경쟁업체와 차별화를 둔다는 전략이다. 기존에 확보하고 있는 유통채널과 홈쇼핑을 통해 렌탈 방식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구본학 쿠쿠홈시스 대표는 “기존 제품과 차별화된 기술력과 가격, 밥솥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한 브랜드 파워 및 유통망을 합쳐 적극적으로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치킨게임 벌이는 정수기 시장=정수기 시장은 현재 약 200여개 사가 난립해 시장 싸움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렌탈이 95%, 직접 판매가 5%로 약 1조5000억원(정수기 1조3000억원, 이온수기 2500억원)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웅진코웨이가 약 50% 이상 시장을 차지하고 있고, 청호나이스와 교원L&ampamp;C, 동양매직이 뒤를 잇고 있다. 웅진코웨이는 렌탈 방식을 도입하고 전문 서비스망을 구축하면서 부동의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시장의 변화가 생겼다. 중견·중소기업들이 다투는 시장에 대기업이 진입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LG전자와 위니아만도 등이 지난해 시장에 뛰어들어 점유율을 높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대기업이 대대적인 마케팅을 진행하다보니 기존 업체들은 출혈투자를 감행해 그야말로 '치킨게임'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렌탈방식이 아닌 직접 판매 형식을 고수하다보니 대기업들은 여전히 시장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수기 등 물 관련기기 시장이 브랜드만 갖고 되는 게 아니다"면서 "이번 쿠쿠의 시장 진출도 렌탈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후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성공 진입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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