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피아니스트 한충완씨 3집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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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록 뮤지션과 마찬가지로 국내의 재즈 뮤지션들은 '의지의 한국인' 이란 얘기를 듣는다.

방송을 통해 대중들에게 연주를 쉽게 들려줄 기회가 드문 것은 물론이고 공들여 연주음반을 내놓더라도 국내 팬들의 손길을 끌기가 여간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재즈 피아니스트 한충완(40)의 3집 앨범 '한충완' 을 만난 반가움은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배가 된다.

어렵사리 나온 재즈 연주음반인데다 '오프 로드' '정글' '비온 뒤' 등 수록곡 하나하나가 꽤 재미있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음악이 전보다 쉬워졌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제 의도이기도 해요. 전에는 조금 난해했거든요."

한충완이란 인물은 음악보다 더 편안하다. 청바지에 티셔츠, 그리고 운동화 차림으로 손에 오토바이 헬멧까지 들고 나타났을 땐 재즈 뮤지션이라기보다는 로커에 가까워보였다.

"욕심이 앞서 이것 저것 모두 담으려다보니 다소 일관성이 떨어졌던 1.2집에 비하면 이번 음반은 내 색깔을 담은 편" 이라는 것이 새 음반에 대한 그의 평가다.

전자악기를 많이 썼지만 차갑다기보다는 아기자기하고 따뜻하게 들린다. '비온 뒤' '딸에게' 가 더욱 그렇다. 풍부한 감성이 흐르는 내면의 풍경을 묘사한 이런 곡들은 구성이 군더더기가 없어 깔끔하다.

그는 "전에는 음악이 까다롭다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며 웃었다.

반면 '정글' 은 아프리카의 토속 리듬을 현대적으로 차용해 특히 개성이 돋보이는 곡. 7분이 넘는 곡인데도 피아노의 차가운 울림과 타악기의 역동적인 리듬이 조화를 이룬다.

2집에서 '학교종' 을 재즈곡으로 선보인 그는 이번 음반에선 '종이비행기' 를 새로운 해석으

로 들려준다.

그는 "누구에게나 친근한 동요를 재즈로 편곡하는 작업에 꾸준히 도전해볼 계획" 이라고 밝혔다.

한충완은 서울대 농화학과 출신. 군 제대 후 뒤늦게 진로를 바꿔 버클리 음대에서 재즈 피아노를 전공했다.

현재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학과장. 오는 24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에서 갖는 콘서트 '한충완과 재즈친구들' (02-391-2282~5)무대엔 노덕래(베이스).이정훈(드럼)등 서울예대 1.2학년 제자들도 함께 선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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