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TV에 "콘돔 쓰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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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적한 공원 벤치에서 '접선'한 검은 양복 차림의 두 남녀. '세계를 위협하는 그 무엇'에 관해 얘기를 나누다가 남자는 대책이라며 작은 상자를 내민다. 여자가 안전성을 묻자 남자는 "(그건) 기본이지"라며 고개를 끄덕인다. 상자 겉면에 큼지막하게 그려져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콘돔. 화면은 '에이즈 예방은 콘돔으로'라는 자막으로 끝을 맺는다.

이같이 콘돔 사용을 촉구하는 광고가 국내 지상파 방송에선 처음으로 1일부터 방영된다. 질병관리본부와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은 MBC-TV를 통해 콘돔 사용을 권장하는 공익광고를 내기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성적 접촉에 의한 에이즈 감염이 계속 늘어남에 따라 가장 효과적 예방 수단인 콘돔을 쓰도록 TV를 통해 적극 홍보하기로 한 것이다.

2004년 상반기 신규 에이즈 감염자(내국인)는 302명. 지난해 같은 기간의 251명에 비해 20.3% 증가한 수치다. 매일 1.7명의 신규 감염자가 생기고 있다. 특히 감염 경로가 밝혀진 155명 모두 성 접촉에 의한 감염(이성 간 81명, 동성 간 74명)이어서 콘돔 사용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예방 교육이 절실한 상태다.

광고는 에이즈와 콘돔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시청자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40초 분량의 코믹 첩보물 형식으로 제작됐다. 월~목요일에는 오후 9시55분과 오후 11시55분, 금~일요일에는 오후 11시55분 등 비교적 시청률이 높은 시간대에 총 62회 방영될 예정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에이즈퇴치연맹 홈페이지(www.aidsinfo.or.kr)를 통해 외래어인'콘돔'을 대체할 수 있는 우리말 이름을 공모하고, 전국 보건소에 콘돔을 비치해 누구나 쉽게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등 콘돔 사용 붐을 조성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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