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 판매업체 소비자피해 보상 보험가입 의무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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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대학생 金모씨는 지난해 군 복무를 하던 중 동료의 권유로 잘 알려진 다단계 판매업체의 판매원이 됐다.

3개의 신용카드로 침구세트.시계.넥타이 등 4백만원에 달하는 물품을 구입했으나 판매가 잘 되지 않고 반품도 어려워 대부분 자신이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인터넷의 안티 피라미드 사이트(피라미드 영업을 반대.비판하는 사이트)에 자신의 사례를 올려놓은 金씨는 카드 대금을 결제하지 못해 신용거래불량자로 분류돼 모든 신용거래와 은행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판매원이면서 소비자이기도 한 다단계 판매업체 종사자들의 피해가 늘어남에 따라 金씨와 같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이 추진된다.

특히 앞으로 다단계 판매업체는 반품지연이나 도산 등으로 판매원이나 소비자가 피해를 봤을 때 이를 보상해주는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가을 정기국회 때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 이런 내용의 보험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

공정위는 다단계 판매업체가 반품 지연이나 도산.폐업 등으로 계약해지나 환불이 불가능할 경우 소비자에게 피해 보상금을 지급하는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토록 할 방침이다.

대신 현행 환불보증금 제도는 폐지키로 했다. 지금은 다단계 판매업체가 매달 매출액의 10%를 환불 보증금으로 법원에 공탁해야 한다.

그러나 피해 구제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릴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관련 조항을 잘 몰라 법원 공탁금으로 피해구제를 받은 소비자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비자 피해보상 보험제도를 도입하면 소비자들이 손쉽게 보상을 받을 수 있고, 부당한 영업으로 문제를 많이 일으키는 업체는 보험료 부담이 커져 영업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말 현재 다단계 판매업체는 2백50여개에 달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2백20개가 서울에 몰려 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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