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FA 외국의 경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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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은 과연 무엇이 문제며 다른 나라에 비해 어느 정도 수준인가.

현행 한.미 SOFA는 1959년 체결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SOFA와 60년 미.일 SOFA 등을 참고로 정부가 4년여 동안 모두 80여차례 협상을 거쳐 67년 체결됐다.

현재 미국과 개별 SOFA를 맺고 있는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 모두 85개국에 이른다.

이들 SOFA의 내용은 ▶형사재판권에 관한 것▶기타 일상생활에 관한 것 등 크게 두 분야로 구성돼 있다.

형사재판권은 세계 공통이고 기타 분야는 각국 사정에 따라 구성항목이 다르다.

형사재판권이 SOFA의 외형이자 '명분' 이라면 환경.노무.관세.검역 등 기타는 '실리' 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85개국 가운데 어떤 나라도 명분.실리 모두를 충족시키고 있는 경우는 없다.

따라서 SOFA의 평등.불평등 여부는 상대적이며 각국의 사회.문화적 배경과 함께 대미관계까지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 전면 개정론=시민단체에 이어 최근에는 국회까지 '전면개정' 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지난 20일 LA타임스와의 회견에서 "주일미군 수준으로 개정되지 않으면 한국민들은 불만과 좌절감을 느낄 것" 이라고 말했다.

金대통령은 그러나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선 "미국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반미(反美)로 돌아서는 것은 국익에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 며 최근 SOFA개정을 둘러싼 국내의 과열 분위기에 우려를 표명했다.

그런 가운데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일본.독일 수준으로의 협상 관철" 을 내세우며 배수진을 쳤다.

전면 개정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한.미 SOFA야말로 대표적인 불평등 조약이라고 주장한다.

미군 범죄자의 신병인도 시기도 '기소시점' 으로 앞당기고, 환경문제는 나토 SOFA처럼 관련조항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 점진적 개정, 동맹관계 유지돼야=그러나 신중론을 표방하는 쪽에서는 'SOFA에 문제가 있고, 개정해야 한다' 는 입장에는 동의하지만 그 방법과 속도에서 견해를 달리한다.

국방부와 일부 외교부 관계자들은 "한.미 SOFA가 시민단체 등에서 주장하듯 무조건 불평등한 것만은 아니며 다른 나라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는 입장이다.

다만 최근 과열된 국내 여론을 의식해 지극히 말조심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이들은 "한.미 SOFA가 세계 85개국 가운데 과연 어떤 점에서 불평등한지 객관적인 기준과 근거를 가지고 주장해야 한다" 며 '여론몰이' 식의 개정론에 우려를 표시했다.

따라서 이들은 '점진적 개정과 한.미 동맹관계 유지' 를 우선으로 꼽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기관의 한 관계자는 "세계 85개국 SOFA 가운데 형사재판권 문제를 자국에 유리하게 규정한 나라는 일본이 유일하고, 환경조항을 명시하고 있는 나라는 독일이 유일하다" 고 지적하고 "따라서 일본과 독일은 형사재판권.환경 문제말고는 특별히 우리보다 나을 게 없다" 고 말했다.

요컨대 일본은 형사재판권이라는 '명분' 을 취하는 대신 나머지 실리 부분을, 독일은 환경이라는 '실리' 를 취하는 대신 '명분' 에 해당하는 형사재판권 문제를 양보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한.미 SOFA에는 일본.독일에는 없는 '보건위생' 규정이 있으며 오염제거 비용도 비록 조항은 없지만 국제법을 충분히 원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준범.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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