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주도권 잡을 기회" 한나라 여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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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여당 내 권력누수의 상징적 사건이다. "

한나라당 이경재(李敬在)제3정조위원장은 민주당 세 의원의 출국을 3일 이렇게 해석했다.

다른 당직자는 "여당의원들이 청와대와 당 지도부의 통제를 벗어나 자기 뜻대로 행동할 것임을 보여준 신호탄" 이라며 "앞으로 유사한 항명사례가 이어질 수 있다" 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국회법 개정안 날치기 처리, 자민련과의 '밀약설' 등으로 가라앉았던 한나라당의 분위기는 여유있게 바뀌었다.

한 중진의원은 "여당 지도부의 의석 장악력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며 "제1당으로서 국회 주도권을 되찾을 기회" 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 듯 정창화(鄭昌和)원내총무의 태도도 달라졌다.

그는 "우리가 요구한 국회법 날치기 사과와 원천무효 선언이 이뤄지면 언제든 민생안건을 처리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전날까지 총무 접촉조차 피하며 실력저지를 했던 그다.

오전 의원총회에선 민주당을 향한 공세도 재개됐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민주당의 국회일정 연기 의사에 "소속의원 숫자가 줄었다고 국회일정을 연기한다는 건 단독국회 발상" 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김대중 대통령의 '사회 일각의 반미 감정 우려' 발언에 대해 "반미 감정 확산원인이 어디에 있는데 국민책임으로 떠넘기는가" 라는 비판도 했다.

李총재는 권철현(權哲賢)대변인에게 "주도권을 계속 잡아갈 아이디어를 개발하라" 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서실에는 "이제 휴가를 갈 사람은 가도록 하라" 고 지시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우리가 잘한 게 아니라 상대방 잘못으로 생긴 상황변화" 라며 신중한 행보를 주문하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개각, 8.15선언, 이산가족 상봉 등 여권이 주도할 향후 정국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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