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때문에 … 서먹해진 삼성전자·KT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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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의 대표주자인 삼성전자와 KT가 요즘 불편한 관계다.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는 애플 아이폰 때문이다. KT가 지난해 말 아이폰을 국내에 선보이면서 두 회사의 파트너십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 그러다 양사 합작품인 ‘쇼옴니아’ 단말기 서비스 출시를 계기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만 갔다.

두 회사는 지난해 차세대 스마트폰인 ‘쇼옴니아’ 개발을 위해 1년 가까이 단단한 공조체제를 유지해왔다. 삼성전자는 쇼옴니아 개발에 전력투구했는데, KT가 경쟁 제품인 아이폰 마케팅에 힘을 실어 배신당했다는 시각이다. KT는 오해라는 입장이다. 단말기 다양화 전략의 하나로 아이폰을 선보였을 뿐 주력 스마트폰은 역시 쇼옴니아라는 이야기다. 갈등은 지원금 실력행사로 표출됐다. 삼성전자가 쇼옴니아에만 단말기 지원금을 내놓지 않게 된 것. 이에 따라 양사가 어렵게 개발한 스마트폰이 당초 예상보다 비싼 가격표를 달게 돼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처지에 놓였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바뀐 내막을 추적해 봤다.

◆훈훈했던 공조체제=양사가 차세대 스마트폰의 명운을 걸고 개발한 쇼옴니아가 지난주 일반인에게 선보였다. 두 회사의 개발팀이 부가서비스 같은 소프트웨어(SW)에서부터 단말기 기능 등 하드웨어(HW)에 이르기까지 1년 동안 머리를 맞대고 준비한 야심작이다. 특히 ‘3세대 이동통신(WCDMA)+4세대 휴대인터넷(WiBro)+근거리무선통신(WiFi)’의 3W를 섞은 세계 첫 ‘트리플 스마트폰’이다. 음성 통화는 3세대 이동통신을, 데이터 교류는 와이파이와 와이브로를 쓴다. 기존 스마트폰과 달리 이동 중에도 무선인터넷이 가능하다.

그만큼 KT와 삼성은 쇼옴니아에 갖은 공을 들였다. 지난해 상반기에 양사가 손잡고 개발에 들어갈 때 “서로 기득권을 버리고 세계 최고 스마트폰을 만들자”고 결의했을 정도다. KT의 네트워크 기술과 삼성전자의 단말기·장비 기술에 각자 너무 매몰되지 말고 고객의 의중을 살펴 스마트폰을 만들자는 취지다. KT 김성철 상무는 “삼성전자의 연구 인력 10여 명이 서울 잠실의 KT 개인고객부문 사무실로 파견됐다. 두 회사 연구진 수백 명이 달라붙었다”고 전했다.

◆아이폰으로 불협화음=삼성전자와 KT의 밀월을 갈라놓은 건 아이폰이었다. KT는 지난달 초 국내에 아이폰을 선보이면서 요란한 마케팅 바람몰이를 했다. 삼성전자는 쇼옴니아에 관행적인 ‘장려금(지원금)’을 주지 않기로 했다. 쇼옴니아에는 와이브로 기능이 추가돼 아이폰이나 ‘T옴니아2’(SK텔레콤)·‘오즈옴니아’(LG텔레콤)보다 비싸야 한다는 게 삼성의 입장이다. 월 4만5000원 정액요금제 가입 시 아이폰과 T옴니아2는 20만원대지만, 쇼옴니아는 40만원대다.

KT는 삼성에 아이폰 관련 서운함을 털고, 주력 모델로 쇼옴니아 보급에 공조하자는 메시지를 보냈다. 특히 쇼옴니아가 HW 단말기를 넘어 차세대 성장엔진인 디지털 콘텐트 시장까지 기여하는 최고 스마트폰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아이폰의 강점 중 하나인 유·무선 온라인 SW 마켓 시장 ‘앱스토어’와 대등한 싸움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성철 상무는 “성공 확률로 보면 국내 콘텐트가 대부분이고 1300여만 가입자에게 서비스되는 쇼옴니아 앱스토어가 훨씬 높다”고 덧붙였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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