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우수 교수 정년 연장 실험 참신하고 파격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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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남표 KAIST 총장의 대학 개혁 실험이 멈출 줄 모른다. 이번엔 유능한 교수의 정년 연장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다. 올해부터 상위 15% 우수 교수의 정년을 65세에서 사실상 70세까지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대학 사상 처음 있는 파격적인 시도다. 재작년엔 연구 실적이 부진한 교수 6명을 재임용에서 탈락시켜 교수 사회에 충격을 줬다. KAIST의 실험은 한마디로 자질이 부족하면 30~40대 젊은 교수라도 퇴출시키고, 업적이 뛰어난 교수는 정년을 넘기고도 교수직을 유지하도록 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대학 경쟁력의 핵심은 교수라는 점에서 방향도 옳고, 발상도 참신하다.

KAIST의 우수 교수 정년 연장은 두 가지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선 정년 관행에 길들여진 교수 사회에 자극을 줌으로써 경쟁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교수들은 일단 정년(테뉴어) 보장을 받으면 긴장이 풀어지기 쉽다. 항간에 교수들이 55세부터는 일을 안 한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그러나 정년 연장이 가능해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우수성을 인정받기 위한 경쟁과 노력을 유도하는 데 동기부여(動機附與)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능한 과학자를 확보하고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정년 연장은 바람직하다. KAIST 교수들은 대부분 과학자다. 더 일할 수 있는데도 정년을 이유로 유능한 과학자의 능력을 사장(死藏)시키는 건 국가적 낭비다. 신진 인력 양성 못지않게 이미 양성된 인력을 소중히 유지시키고 활용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KAIST의 우수 교수 정년 연장 제도는 다른 대학으로 확산될 필요가 있다. 일부 퇴임 교수를 명예교수로 위촉하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65세 정년 퇴임을 못 박은 교육공무원법도 걸림돌이 될 수 없다. KAIST처럼 일단 정년 퇴임하게 한 뒤 계약직으로 재임용하되 정규직 교수와 다름없는 신분 보장과 대우를 하면 실질적 정년 연장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중요한 건 제도가 아니라 교수의 질을 높여 대학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대학의 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