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JP의 꼴불견 사정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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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의 정치행태가 도(度)를 넘어서고 있다.

자민련의 억지 교섭단체 구성 요구 때문에 지난 임시국회가 파행상태로 끝이 나더니 이번에 여권이 소집한 단독국회는 외유에 나간 자민련 의원들의 귀국일정에 맞추기 위해 개의일정을 늦췄다가 다시 JP의 일본에서의 골프일정에 맞추기 위해 앞당기는 바람에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JP는 그동안 여러차례 골프정치로 구설수에 올랐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민주당에 실질적으로 협조하면서 '공조' 는 아니라는 등 사태를 기만하고 여야를 상대로 밀약설을 퍼뜨리는 등 사도(邪道)정치를 벌여왔다.

이번에도 JP 측근들은 처음에는 일본에서의 일정은 모른다느니 시치미를 떼다가 사실이 밝혀지자 뭐 어쩌겠느냐는 식으로 나오는 모양이다.

총선 참패 후 반성하던 모습은 간 데 없다. 이렇듯 자민련이나 JP가 제멋대로 행동하게 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민주당의 다수 확보전략 때문에 자민련에 발목을 잡혔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JP의 골프망발은 민주-자민련 양당의 합작추태에 불과한 것이다.

만약 민주당이 순리적으로 다수당들의 의사를 모아 국회일정을 협의하고 의사일정을 정하는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원내 6%에 불과한 17석 의석 밖에 갖지 못한 정당이 국회 파행을 조장하고 국회일정을 맘대로 쥐락펴락한단 말인가.

이와 같은 JP의 행태와 자민련 지도부의 무비판적인 추종, 그리고 이를 방조하는 민주당의 무분별을 볼 때 자민련이 과연 국회에서 하나의 건전한 교섭단체의 역할을 할 정당인지에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자민련이 사당(私黨)에서 헤어나고 JP가 노추(老醜)정치를 벗어나려면 이런 방자한 태도나 사정치적(私政治的) 행태부터 그만둬야 한다.

또 원내 다수의석 확보라는 구실 때문에 이런 작태를 뒷받침해주는 민주당의 원내전략도 재검토 돼야만 한다.

가뜩이나 신뢰를 잃은 국회를 바닥모를 심연으로 실추시키고 있는 양당은 마땅히 국민 앞에 사과하고 반성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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