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조정위원 의사참여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서울지법이 의료사고에 연루돼 언제든지 민사재판의 피고가 될 수 있는 의사들을 조정위원으로 선임한 뒤 선고전 반드시 조정을 거치도록 해 재판의 공정성 시비가 일고 있다.

실제로 의료사고의 피고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의사가 조정위원으로 참여 중인 것으로 밝혀져 문제점을 더해주고 있다.

◇ 도입 취지=조정은 본안소송에 앞서 당사자들간 화해를 유도하는 제도. 서울지법은 지난 5월부터 의료사건에서도 반드시 조정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변호사 15명과 종합병원 과장급이상 의사 40여명을 조정위원으로 선정했다. 또 형식적 절차로 끝나지 않기 위해 대부분 두차례 이상 조정을 거치도록 했다.

◇ 문제점=언제든지 피고가 될 수 있는 의사들이 재판에 참여하는 것에 의료사고의 피해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의료사고에 연루돼 서울지법 산하 지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J병원의 흉부외과 과장 徐모(45)씨가 본원 의료재판부의 조정위원으로 선임돼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법원측은 "사건당사자는 자기 사건의 조정위원으로는 참여할 수 없다" 며 "조정은 법관이 관장하는 만큼 의사가 사건을 재단한다는 것은 기우(杞憂)에 불과하다" 고 말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종합병원 의사들이 조정위원으로 봉사하는 것은 일종의 보험에 드는 것" 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 대안=법조계에서는 영리활동을 하지 않고 조정이나 감정만을 전문적으로 할 의사를 법원이 직접 고용해 재판에 참여시키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특허법원의 경우 어려운 기술적 문제를 다룰 기술심리관 제도를 도입, 재판에 직접 참여시키고 있고 가정법원에서도 가사조사관의 조사 내용을 재판에 활용하고 있다.

최현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