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뚱거리는 대만 '초보정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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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 3월 대선에서 승리해 대만 역사상 첫 정권교체를 이룬 천수이볜(陳水扁)의 민진당 정권이 출범 두달 만에 피로현상을 보이고 있다.

행정경험 부족으로 정부내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는데다 여당내에서도 불화가 깊어지고 있으며 정치력 부재로 여소야대의 입법원(국회)에서는 야당과 대립 중이다.

◇ 당.정 불협화음=5월 20일 출범한 陳총통의 초대내각은 사실상 민진당과 국민당 연립내각이다. 탕페이(唐飛)전 국방부장을 행정원장에 기용하는 등 국민당계 인사들이 요직을 휩쓴 반면 정작 정권교체 공신인 민진당 인사들은 법무부장 등 몇 자리를 빼곤 대부분 한직으로 밀렸다.

예상했던 정부내 알력도 하나둘 나타났다. 일례로 陳총통이 경제장관 회의를 소집해도 唐행정원장은 회의소집 사실조차 까맣게 모르는 사태가 발생했다.

내각과 민진당은 국가대사인 양안문제에서도 불협화음을 냈다. 陳총통은 대만 독립에 반대하는 중국과 국민당 지지자들을 의식해 당선 후 "대만독립을 추진하지 않겠다" 고 선언했다.

그러자 독립론자인 뤼슈롄(呂秀蓮)부총통이 "대만국민은 중국인이 아니다" 며 반기를 들었고, 불화설 속에 부총통제 폐지를 위한 개헌론이 등장하기도 했다.

7월 하순엔 민진당 린이슝(林義雄)주석이 "통일을 추진하는 각료는 해임을 건의하겠다" 고 발언했다가 물러나고 양안(兩岸)교류를 제창한 셰창팅(謝長廷) 가오슝(高雄)시장이 새 주석에 취임하기도 했다.

◇ 여소야대=50년 집권을 마감하고 야당이 된 국민당은 "정권 수복을 위해서는 입법원 투쟁이 중요하다" 며 "적(민진당)이 찬성하면 우린 반대한다" 는 원칙을 공공연히 내세우며 중요 사안마다 민진당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에 힘을 빼겠다는 것이다. 대만 입법원에서 국민당은 1백18석(52.4%)을 차지하고 있지만 민진당은 67석(29.8%)에 불과하다.

◇ 지지율 급락=7월 22일 대만 중부 자의(嘉義)현 바장(八掌)계곡에서 발생한 익사사고는 정권에 치명타를 날렸다.

현장에 도착한 육.공군 구조대가 관할이 아니란 이유로 30여분을 허비하는 바람에 4명이 사망했고 이같은 장면은 TV로 생생하게 중계됐다. 사건 직후 "무능한 정부" 라는 비난여론이 들끓었다.

여기에 금권정치 청산 등 개혁정책도 지지부진한데다 증권시장 침체까지 겹쳐 대만 TVBS의 조사에서 한때 77%로 나타났던 陳총통의 지지율은 7월말 53%로 떨어졌다. 민진당 정권이 언제쯤 '초보' 딱지를 뗄 수 있을지 대만 국민들은 궁금해하고 있다.

홍콩=진세근 특파원,장세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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