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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장애아 키우는 민승기 대구경찰청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현직 지방경찰청장이 세살바기 뇌성마비 장애 어린이를 키우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장인 민승기(閔昇基.52)치안감에게 '아들' (김태준)이 생긴 것은 서울경찰청 방범부장 재직시인 1998년 초. 평소 알고 지내던 스님이 "장애 정도가 너무 심해 홀트아동복지회에서도 해외입양을 보내기가 어렵다고 하니 한번 맡아 기를 의향이 없느냐" 고 閔청장에게 간곡하게 권유했다.

부인 주경선(朱敬善)씨와 두 딸 등 가족들의 동의를 얻어낸 閔청장은 스님의 권유를 받아들기로 했다.

그러나 생후 6개월짜리 중증 뇌성마비 아이를 키우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게다가 閔청장은 집에 들어가기도 힘들 정도로 바빠서 태준이는 부인과 두 딸이 거의 도맡아 길러야 했다.

이 과정에서 가족간의 갈등도 없지 않았지만 閔청장 가족들의 따뜻한 보살핌에 태준이는 무럭무럭 자랐다.

특히 閔청장 부부의 정성어린 물리치료와 재활치료 덕에 심하게 뒤틀렸던 팔다리가 어느정도 펴지는 등 태준이의 몸상태도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입을 오물거리며 '아빠~' 하고 부를 때면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는 것 같아요.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면 천사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 閔청장의 늦둥이 자랑은 끝이 없다.

그는 "힘은 들지만 보람도 크다" 며 "태준이는 집안에 생기를 불어 넣어준 복덩이" 라고 말했다. 그러나 閔청장은 태준이가 성장하면 해외 입양길을 알아 볼 예정이다.

그는 "헤어진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고 가슴 아프지만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지 않는 한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겠느냐" 며 "장애 어린이를 정상인과 똑같이 봐줄 때 이들도 제대로 생활할 수 있을 것" 이라고 강조했다.

대구=홍권삼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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