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왜 비행기 타고 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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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남북 장관급 회담의 북측 대표단은 예상과 달리 판문점 대신 중국 베이징(北京)을 거쳐 서울로 왔다.

중국 민항편을 이용한 이들은 휴가철 성수기여서 비행기 표를 구하는 데 애를 먹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 대표인 최성익 조평통 서기국 부장은 "육로로 많이 다녔는데 항로로도 다니면 좋지" 라며 판문점으로 오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수석대표인 전금진 내각 책임참사는 "이유는 없다" 고 했다.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우리 당국자는 "이미 남북간에는 항로나 육로가 모두 뚫린 만큼 정치적 의미와는 무관한 것 아니냐" 며 "판문점을 거칠 경우 번거로운 절차도 감안했을 것" 이라고 했다.

그러나 북측 대표단의 한 수행원은 김포공항에서 "(판문점엔) 아메리칸(미국인)이 있지 않느냐" 며 "그래서 우리가 그쪽(베이징)을 통해 왔다" 고 말했다.

북측은 지난달 이산가족 상봉 및 비전향 장기수 송환을 논의한 적십자 회담을 판문점에서 열자는 남측 제안에 대해서도 "우리끼리 (남북이) 논의하기에 편리하다고 생각되는 금강산 호텔로 하자" 고 역(逆)제의했었다.

유엔군사령부가 관할하고 있는 판문점에 대한 북측의 시각을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북측은 그간 일관되게 '유엔사 해체' 를 요구해 왔다.

때문에 남북관계에 정통한 한 외교소식통은 "북측이 남북 당사자 원칙에 따라 유엔사를 무시하거나 무력화하겠다는 메시지일 수도 있다" 고 이를 해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1970년대 이후 남북대화가 판문점 또는 판문점을 거쳐 서울.평양을 오가며 열렸다는 점에서 북측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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