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신앙]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 손봉호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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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손봉호(62.서울대.사회교육과)교수는 요즘 항의전화를 받느라 바쁘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공동대표 자격으로 광림교회의 담임목사직 세습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사회문제화된 이후 광림교회의 입장을 옹호하는 사람들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들이다.

"평소 알던 사람들을 통해 전화를 해오는데, 저도 개별 교회의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교회문제를 먼저 교회내에서 해결했어야하지 않느냐는 주장도 일리는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원칙에 충실하고자 합니다."

손교수는 시종 웃음을 띄면서 조용조용 말한다. 그러나 자그마한 체구에 한 점 흐트러짐 없는 옷매무새는 '원칙' 이란 말과 맞아 떨어진다.

기독교 신앙과 칸트를 전공한 철학도로서 세운 원칙에 대한 확고부동함이 온 몸에서 느껴진다.

손교수는 스스로의 자세를 '선지자적 비관주의' 라 부른다. 선지자는 "이스라엘은 곧 망한다" 고 경고하면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하라고 외친다.

이스라엘은 망했지만 어쨌든 잘못된 것을 보고 가만있지 못하는 운명이다. 망할 운명을 피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는 점에서 비관주의자다.

손교수는 그렇게 선지자적 소명감에서 현실에 참여한다. 장애아들을 위한 '밀알복지재단' 이사장에서 '돈정치추방 시민연대' 대표에 이르기까지 각종 단체의 얼굴역만도 10여 가지. 그러나 그의 출발점은 예나 지금이나 '기독교윤리 실천운동본부' 다.

"1979년에 안식년을 맞아 네덜란드에 공부하러 간 사이에 5.17이 터지고 동료교수들이 무더기로 해직되더군요.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에서 80년대 내내 뭔가 하고싶었는데 당시 기독교운동은 좌파적인 성격이 상당히 강해 제게 맞지않았습니다. 그러다 보수적인 기독교인으로서 할 일을 찾은 것이 기독교윤리실천운동입니다. "

6.29선언으로 민주화가 되면서 좌파가 아닌 보수 기독교인들의 활동공간이 생겼다. 비기독교적인 행태를 추방하자는 취지에서 87년 11월 운동본부를 만들었다.

운동은 개인.교회.사회의 세가지 차원. '작은차 타기운동' 이 개인차원이라면 '세습반대' 는 교회차원이며, 최근 새로운 정치인 양성을 위해 시작한 '공의정치포럼' 은 사회차원이다.

"유일신을 믿는 기독교는 독선의 위험성이 있기에 기독교인들은 항상 이를 경계해야합니다. 우리 교회는 돈과 권력이 너무 많아요. 이를 절대적 헌신과 봉사로 승화시켜야지 자칫 잘못하면 세속화됩니다. "

환갑을 넘기고도 한결같은 손교수의 믿음과 이상이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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