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처럼 일하고…' 여성이 승리하는 법 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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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미국 총노동력의 46%를 차지하지만 상위 5백개 기업 임원수는 전체의 11.9%,상위 연봉자 수는 3.3%에 불과한 존재(1999년 미국 기준),그게 바로 여자다.

남녀평등이 어느 정도 실현됐다는 미국이 이럴진대 우리나라 현실은 굳이 통계를 들여다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남녀차별이니 유리벽이니 하는 말로 신세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그저 좋은 시절이 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제 남 탓을 할 게 아니라 여자들 스스로에게 어떤 문제는 없는지,혹은 뭔가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 되돌아볼 때가 온 것이다.

CNN 선임부사장인 게일 에반스가 쓴 '남자처럼 일하고 여자처럼 승리하라' 는 이런 각성을 요구하는 책이다.

제목 그대로 '남자처럼 일해야' 여성이 성공할 수 있다며 남자처럼 생각하고 남자처럼 행동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에반스는 먼저 비즈니스 세계(또는 직업전선)는 남성이 지배하는 게임판이라고 못박는다.

싫건 좋건 그게 현실이다. 직접 규칙을 만든 남자들이야 별다른 노력없이 게임을 잘 해나갈 수 있지만 여자는 생소한 규칙을 잘 따르기 위해 매뉴얼이 필요하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역할을 한다. 물론 규칙을 무시해도 좋지만 그에 따르는 결과는 인식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뛰어든 이 게임판은 어떤 속성을 갖고 있을까. 이 곳은 피라미드 구조, 즉 위계가 분명한 경기장이다.

그래서 때론 건설적인 비판보다 아부가 더 보상받는 곳이다. 실력만 믿고 의사 결정권을 가진 윗사람과의 공조를 게을리한다면 돌아오는 결과는 늘 불만족스러울 수 밖에 없다.

또 강자 위치일 때 일이 더 잘 풀리기 마련이다. 약자인 여자가 일자리로 뛰어드는 순간부터 불리하다는 사실을 잊는 순간 불만도 쌓여간다.

남녀 모두 같은 게임판 위에 있지만 행동하는 방식은 극과 극에 놓여 있다. 생물학적이든 사회적이든 남녀간의 기본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일단 남자는 성공에 딸려오는 장식품이 따분한 일상을 보상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자는 일 자체의 만족감을 대단히 중요시한다.

남자는 일과 생활을 칼로 자르듯 분리해서 처리하지만 여자는 일과 인생을 하나로 묶어서 염려하기 때문에 직장 만족도가 곧 직장 내 성공과 연결된다.

또 직장 밖에서 맡는 역할을 직장에서도 그대로 떠맡는 경향이 있어 때로 딸이거나 어머니, 아내, 정부(情婦)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에반스가 이 책에서 제시한 여자가 게임에서 승리하는 방법은 모두 열네가지다.

이 가운데 눈에 띠는 것은 ▶요구하라 ▶친구를 사귀리라 기대하지 말라 ▶고민을 내색하지 말라 ▶팀의 리더를 따르라 등이다.

차별받고 있다는 생각에 불쾌한 심정을 안고 직장생활을 하는 여자가 많지만 정작 합당한 대우를 요구하는 여자는 없다.

여자는 '노' 라는 대답이 두려워 아예 말을 꺼내지도 않는 것이다. 반면 남자는 '노' 를 '예스' 로 바꿀 계획을 짠다.

또 남자들은 게임에 맞는 표정을 짓는다. 그런데 여자는 속을 그냥 다 드러낸다.

누구에게나 걱정이 있지만 이를 드러낼 때 그 사람 자체가 '걱정거리' 로 전락하고 만다는 사실을 몰라 실수하는 것이다.

팀으로 일할 때도 여자는 실수를 한다. 자꾸만 자기 방식대로 일을 처리하려고 하는 것이다.

남자들에게 '팀의 일원' 은 리더 지시에 따라야 하고, 거기에 대해 함구한다는 것, 그리고 이게 성공에 가까워지는 길이라는 것을 이제는 여자도 알아야 한다.

에반스는 남자처럼 일하라고 해서 집안일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는 것은 비난하지 않는다. 오히려 게임은 한판만 있는 게 아니라고 충고한다.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 진정한 마지막 승자라고 볼 때 '남자처럼 일하는' 전략은 궁극적으로 '여자로서의 승리' 를 가져올지 모를 일이다.

안혜리 기자

◇에반스가 제시한 남성은 할 수 있지만 여성은 할 수 없는 행동 다섯 가지.

▶남자는 울 수 있지만 여자를 그럴 수 없다. -남자가 울면 합당한 이유가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여자가 울면 눈물을 무기로 내세운다고 여긴다.

▶남자는 성관계를 가질 수 있지만 여성은 그럴 수 없다.-남자에게 스캔들은 별 거 아니지만 여자의 경우 해고당하거나 한직으로 내몰리는 데 연애사건이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남자는 안절부절못할 수 있지만 여자는 그럴 수 없다. -손가락으로 계속 탁자를 치는 등 남자의 안절부절한 행동은 ‘이쯤에서 끝냅시다’는 소리없는 메시지로 여겨지지만 여자의 그런 행동은 짜증스런 작은 습관으로 보인다.

▶남자는 소리칠 수 있지만 여자는 그럴 수 없다. -남자가 소리 지르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여자의 분노는 자제력을 잃은 것으로 여겨진다.

▶남자는 추해도 되지만 여성은 그럴 수 없다. -남자의 과체중은 사회적 성공의 증표로 여겨지는 경우도 업지않다.하지만 여자는 날씬하지 않으면 자기 절제력이 부족해 일 진행에도 문제있는 인물로 치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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