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여성 등 이라크 인질들 잇따라 석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7면

이라크에서 억류된 인질들이 속속 풀려나고 있다. 이탈리아 여성 구호단체원 2명과 이라크인 구호요원 2명이 3주 만인 28일 석방됐다.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 직원 6명도 이날 일주일 만에 풀려났다.

지난 이틀 동안에만 10명이 석방되면서 인질사태가 완화되리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예상은 아직 시기상조다. 우선 아직도 인질이 최대 140명가량 억류돼 있다고 알자지라 방송은 29일 전했다. 납치단체도 다양하고 요구사항도 각기 달라 이들의 석방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내년 1월 제헌의회 선거를 앞두고 치안이 불안해지면서 인질 납치는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방송은 전망했다.

또 이번에 인질을 석방한 납치단체들은 모두 단순 범죄집단이다. 이탈리아 여성들을 납치한 단체는 지난 3주 동안 자신들이 누구이며 납치 동기, 요구 사항 등은 무엇인지 아무 발표도 하지 않았다.

이집트 인질을 납치한 단체도 이름조차 밝히지 않았다. '일신과 성전', '안사르 알순나' 등 과격단체들이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요구사항과 살해 시한을 언급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신 납치범들은 비공개로 '몸값 협상'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사국 정부는 모두 부인하고 있지만 이탈리아인 납치범들에게는 100만달러, 이집트인 납치단체에는 25만달러가 각각 지급됐다고 아랍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이들은 협상 도중 몸값이 맞지 않으면 인질들을 '일신과 성전' 등 과격단체에 넘길 것이라고 위협해왔다. 한 정에 20~30달러면 구입할 수 있는 소총에 차량 한대만 있으면 준비가 끝나는 인질납치의 한탕주의가 노동인구의 60%에 달하는 이라크 실업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