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중소기업 자금난 풀어 주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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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중소기업들의 무더기 부도 사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가 은행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금감위원장은"특별한 문제가 없는 기업에 대한 만기이전 대출 회수는 곤란하다"고 경고하며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했고, 재경부.한은 등도 중소기업 대출 회수 때는 사유와 절차를 은행 내규에 명시토록 하는 등 압박에 동참하고 있다. 정부가 '관치' 논란을 무릅쓰며 노골적으로 나선 것은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최근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줄을 바짝 죄고 있다. 한달에 2조~3조원씩 늘던 대출이 요즘은 10분의 1 이하로 줄었다. 그나마 신규대출의 80% 이상이 만기 1년 미만의 단기대출이다. 이대로 가면 중기의 연쇄부도와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정부는 우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은행권도 할 말은 있다.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이 250조원에 이르고, 연체율은 대기업의 10배나 돼 자칫하면 대규모 부실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또 부실이 생기면 해당 직원-임원까지 책임을 져야 하므로 은행으로서는 대출에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

은행 부실을 모른 체 할 수도, 그렇다고 중소 제조업의 몰락으로 이어질 자금 회수를 방치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우리 고용의 기둥노릇을 하고 있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기술력.성장가능성이 있는 중소기업까지 무너지게 해서는 안 된다. 일시적으로 어려운 중소기업의 약 20%는 조금만 효과적으로 도와주면 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은행 관행부터 고쳐야 한다. 금감원장이 "기업 등쳐먹는다"고 할 정도로 은행들은 돈벌이에만 혈안이 돼 있다. 은행은 적극 대출.심사기법을 개발해야 한다. 정부도 은행에 많은 대손충당금을 쌓게 하고, 부실이 생기면 담당직원을 징계하면서 대출 회수를 자제하라는 것은 모순이다. 옛날처럼 정부가 강요한다고 은행이 듣지도 않는다. 은행 감독기준과 시스템을 신축적이고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 자금경색 해소는 내수회복 못지않게 시급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