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이야기] 포드 '모델T'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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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해 20세기 최고의 차로 세계인들이 뽑은 차량은 포드의 모델 T이다.

포드는 이 차량을 1908년부터 27년까지 대량생산 방식으로 1천5백만대를 생산해 지구촌에 자동차 시대를 열었다.

한국에서도 자동차가 처음 들어온 1910년대 초부터 자가용과 영업용으로 이용했다. 우리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자동차왕' 하면 헨리 포드라고 배웠을 정도다.

68년 현대자동차가 영국포드의 코티나와 독일포드의 포드 20M을 조립해 시판하면서 포드는 우리와 더욱 가까워졌다.

포드는 얼마전까지 자본.기술 제휴 관계를 유지한 기아자동차의 프라이드를 페스티바로, 아벨라를 아스파이어라는 이름으로 미국 시장에 판매하기도 했다.

이런 포드가 이제 대우자동차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본격적으로 이 땅에 상륙할 준비를 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에 이어 세계 2위 자동차 업체인 포드자동차는 헨리 포드가 1903년 모델 A를 만들면서 자동차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1908년 모델 T로 자동차의 가격을 파괴한 데 이어 1913년 대량생산 방식을 도입해 포드는 최고의 자동차 메이커로 올라섰다.

'누구나 탈 수 있는 자동차' 만들기를 추구하는 포드의 실용주의는 이 무렵부터 본격화한다.

2차 세계대전 직후 경영난에 부닥쳤으나 헨리 포드의 뒤를 이어 사장으로 취임한 포드2세가 경영 수완을 발휘했고, 49년에 내놓은 포드49가 인기를 끌면서 크라이슬러를 제치고 다시 2위로 올라섰다.

50년대 들어 농사용 트랙터.방위산업.우주통신.철강.항공 사업에 진출해 사세를 넓힌 포드는 55년 유선형 모델인 2인승 스포츠카 선더버드로 젊은층을 사로잡았다.

61년에 등장한 리 아이아코카의 야심작 머스탱은 첫해에 42만대가 팔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면서 포드의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70년대 석유파동으로 포드 역시 적자의 수렁에 빠졌지만 71년 미국 최초로 해치백 타입의 컴팩트카 핀투를 투입하고, 76년 유럽 시장에 데뷔한 피에스타가 잘 팔려 위기를 넘겼다.

79년 마쓰다의 주식 25%를 인수해 소형차와 스포츠카 부문의 기술을 넘겨받은데 이어 90년대 들어 고급 차 모델을 더하기 위해 재규어와 애스턴 마틴을 인수했다.

93년말 포드의 회장으로 취임한 트로트만은 '포드 2000' 이란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고 지역별로 흩어져 있는 개발 부문을 하나로 통합해 경쟁력을 높였다.

포드의 총 생산 대수는 6백82만대(98년 기준)며, 현재 자크 내서가 회장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전영선 한국자동차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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