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8 대북시각 우호 선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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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주요 8개국(G8) 정상들의 지역 정세.군축 문제 논의는 만찬 석상에서 이뤄졌다. 의제 밑그림은 지난 13일 그려졌지만 팽팽한 긴장이 감돌기도 했다.

21세기 세계 질서 주도권을 둘러싼 각국의 이해 관계 때문이다.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위(NMD)체제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대립, 일본과 독일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둘러싼 G8 내의 입장 차이는 과거 서방 결속의 한마당이던 정상회담의 변화상을 엿보게 해준다.

NMD가 초점으로 부상한 데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방일 전 아시아 외교 외에 남북 정상회담에 따른 한반도의 긴장완화도 한몫 했다. 이런 점에서도 남북 정상회담이 몰고온 여파는 감지된다.

한반도 정세에 대해선 G8 외무장관 회담의 기조가 재확인됐다. 먼저 북한의 국제사회를 향한 대화 움직임을 환영했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한의 잇따른 수교를 통한 국제사회 편입에 대한 기대가 담겨 있다. 그러면서 안전보장과 인도적 문제에 대한 건설적 대응을 기대했다.

지난해 쾰른 정상회담 당시 의장성명에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우려를 담은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안전보장' 은 미사일.핵 개발 문제를, 인도적 문제는 일본인 납치의혹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비록 유보적 입장을 곁들였지만 북한의 움직임을 G8이 환영한 것은 북한의 전방위 외교를 측면 지원하는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남북 대화도 큰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G8의 이같은 인식은 정상회담 직후의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지역포럼(ARF)때 북한과 가질 다자간 및 양자간 회담 분위기 조성 측면도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반도 문제가 지역 정세의 주요 의제가 된 것은 의장국인 일본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아시아 지역 문제를 부각해 발언권을 과시하는 한편 북.일 수교협상의 기반을 다지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북한의 움직임에 대한 긍정적 평가나 측면 지원은 북.일 수교교섭에 순풍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일본은 ARF 때 북한과 첫 외상회담도 갖는다.

중동 정세는 미국에서 진행 중인 평화협상과 이에 따른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방일 지연으로 급부상했다. 정상들은 평화정착 지원에 큰 이견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 미사일에 촉각을 세운 미국과 대북 관계 복원을 꾀하는 러시아간의 이해관계가 얽힌 것과는 큰 차이가 난다.

구체적인 합의내용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대해 목표 기한 내 타결을 촉구하고, 합의가 이뤄지면 G8이 지원한다는 것으로 전해진다.

분쟁 예방과 관련해선 소형무기 규제가 핵심 합의사항이다. 일본은 유엔에 창설된 소형무기 기금의 분담금 증액에 대한 행동계획을 발표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유엔 안보리 개혁에 대해선 개혁 원칙에만 합의했다. 일본과 독일은 올 가을 유엔총회를 앞두고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의 터를 닦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이탈리아 등의 반대에 부닥친 것으로 전해진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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