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에 다이옥신 묻어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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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해마다 봄철 중국에서 황사(黃砂)가 날아올 때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의 대기 중 농도가 평소의 3배로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황사에 다량의 다이옥신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이에 따라 국민건강 보호 차원에서 황사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이같은 사실은 국립 부경대 지구환경과학부 옥곤(玉坤)교수팀이 1998년부터 올 봄까지 3년에 걸쳐 실시한 황사 물질 조사에서 드러났다.

19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3월 21~24일과 4월 10~11일 부산시 남구 대연3동 부경대 옥상 대기의 다이옥신 평균 농도는 0.113pg(1pg은 대기 1㎥당 1조분의 1g의 물질이 들어 있다는 뜻)으로 나타났다.

반면 황사현상이 나타나지 않은 3월 24~25일, 4월 8~9일의 다이옥신 평균 농도는 0.038pg으로 조사돼 황사 때의 다이옥신 농도가 평소보다 2.97배로 높았다.

연구팀은 99년 조사에서도 황사 발생시 평균 0.15pg(평상시 0.04pg)의 다이옥신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玉교수는 "황사는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까운 서울 등 수도권과 충청도 지역에 영향을 더 많이 끼친다" 며 "이들 지역에는 부산보다 훨씬 많은 다이옥신이 유입될 것으로 생각된다" 고 말했다.

그동안 황사의 중금속 문제는 여러번 연구된 적이 있으나 다이옥신에 대한 조사는 玉교수팀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이같은 조사 결과를 근거로 황사 때에 우리나라 성인이 하루 평균 0.028~0.038pg의 다이옥신을 마신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그러나 "이같은 양은 세계보건기구(WHO) 허용량(1~4pg)의 1% 정도로 당장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다" 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 연간 황사량을 10만t으로 볼 때 며칠 동안 황사에 의해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다이옥신의 양이 국내 폐기물 소각장에서 연간 발생하는 양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玉교수는 "황사 때에 대기 중의 다이옥신 양이 급증하는 것은 중국이 세계 최악의 대기오염국임을 방증하는 것" 이라며 "중국의 산업화가 가속될수록 황사의 다이옥신 문제는 심각해질 것" 이라고 말했다.

다이옥신은 대기상태에서 인체에 흡수될 뿐만 아니라 토양을 오염시켜 먹거리 안전에도 영향을 주는 만큼 경각심을 갖고 다각적인 황사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황사를 연례 기상현상 정도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국민건강 차원에서 대응요령을 마련하고, 황사 영향권인 일본과 함께 대(對)중국 환경외교 및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다이옥신〓플라스틱과 폴리염화비페닐(PCB) 등 유기염소계 화합물질을 태울 때 발생하는 독성물질.

암뿐만 아니라 체내에 축적돼 면역 저하·성장 지연·생식기능 저하 등의 해독을 끼친다. 미국 환경청(EPA)은 최근 60여종의 환경호르몬 가운데 다이옥신을 처음으로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제초제·살균제·펄프·종이·PVC의 제조과정과 금속의 정련과정·담배연기·자동차 배출가스·폐수 등에서도 나온다.

청산가리보다 1만배 높은 독성을 가진 것도 있으며, 베트남전 당시 사용한 고엽제의 성분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부산〓강진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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