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 바람 부는 미국 출판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요즘 미국 출판계에 복고 바람이 일고 있다.

출판사들이 수십년전 출판된 아동도서들의 복각판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것. 이는 옛날 어린시절에 대한 향수를 가진 어른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출판사들의 마케팅 전략인데, 세계적 화제가 되고 있는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를 계기로 어린이책 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복각 붐을 일으킨 출판사는 뉴욕의 오버룩프레스사. 이름 그대로 '잊혀진 명작' 들을 전문으로 출판하고 있는 이 회사는 1997년 '프레디탐정' 시리즈 제 1탄을 복각해냈다.

이후 프레디시리즈를 계속 복각해내고 있는 오버룩프레스사의 가장 큰 성공비결은 초판 당시와 똑같이 제본한다는 것이다.

지난 20~50년대에 출판된 이 시리즈를 내용은 물론, 재질이나 그림.표지까지 옛날 것을 그대로 재현해내고 있다.

색이 바랜 듯한 누런 종이와 최첨단 그래픽디자인으로 그려낸 요즘 책 표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단순한 표지그림 등 촌스럽기까지 한 디자인이 오히려 진열대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프레디탐정' 이 호응을 얻자 70년대 간행된 퍼트남출판사의 미스테리 시리즈인 '낸시 드루' 도 다시 나섰다.

아이들 말도 달라지기 마련. 하지만 '낸시 드루' 는 초판 당시 사용된 단어들을 그대로 사용해 옛날 분위기를 그대로 살렸다.

이런 책들은 어른들의 잃어버린 감성을 자극하는데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부모의 권유가 아니더라도 어린이들 스스로 옛 동화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랩음악과 비디오게임 세대인 요즘 아이들도 부모의 이혼 등 심리적 불안을 겪으면서 점차 단순하고 해피엔딩의 스토리를 찾게 된기 때문" 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런 붐을 타고 미국 최대 교과서 출판업체인 하코트사도 50년대 베스트셀러 아동작가인 에드워드 이거의 '하프매직' 복각판을 최근 낸데 이어 미운오리새끼를 주인공으로 한 그림책 '페튜니아' 를 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박소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