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어시장 46년 만에 첫 위판 중단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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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우리나라 연근해 수산물의 30%가량을 유통하는 부산공동어시장의 위판(위탁판매) 업무가 29일 2시간 동안 중단됐다. 이는 1963년 어시장이 문을 연 뒤 처음 있는 일이다.

부산공동어시장 중도매인들은 해양경찰의 수사에 불만을 품고 이날 오전 6시 시작되는 수산물 경매에 참석하지 않았다. 중도매인들은 최경석 어시장 사장의 설득으로 2시간여 만에 경매에 참여, 오전 8시 위판이 재개됐다. 하루 평균 1500∼2500t을 유통하고 있는 부산공동어시장은 위판 지연으로 이날 새벽 20㎏짜리 3만2000 상자에 담긴 수산물 위판이 제때 이뤄지지 못했다.

중도매인들은 이날 임시총회를 열고 전체 중도매인 91명 가운데 90명이 쓴 휴업계를 어시장에 냈다. 이들은 “부산해경이 위판 직전의 수산물을 빼돌리는 속칭 ‘뒷고기’ 불법유통를 수사하면서 중도인들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주장하며 경매에 불참했다.

부산해경은 일부 선사(대형 어선회사)가 부산공동어시장 중도매인들과 짜고 위판 직전 수산물을 조직적으로 빼돌린 혐의를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해경은 23일 어시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중도매인들의 수산물 위판 관련 서류를 압수해 분석 중이다. 해경은 일부 선사와 중도매인들이 판매 수수료를 내지 않기 위해 수산물을 위탁하기 직전 몰래 일부를 빼돌려 자갈치 시장 상인 등에게 직접 판매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압수물을 분석한 결과 뒷고기 유통의 구체적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중도매인협회는 “선사나 선원들이 위판 전 수산물을 빼돌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중도매인은 위판 물량만 취급하기 때문에 뒷고기 유통과 무관하다”며 “해경이 선사들의 일방적인 주장을 근거로 중도매인을 뒷고기 유통의 주범으로 몰고 있다”고 말했다. 어시장 측은 “자체 조사 결과 밤샘작업을 한 노무자들에게 수고비나 야식비 명목으로 극소량을 주는 일은 있지만 조직적으로 수산물을 빼돌리는 일은 없었다”고 밝혔다.  

부산=김상진 기자

◆중도매인=부산공동어시장에서 열리는 경매에 참여해 수산물을 사들인 뒤 유통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다. 중도매인들을 거친 수산물은 전국의 수산시장, 대형 할인점, 도·소매점, 수산물 가공공장, 냉동창고 등으로 유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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