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판사가 대법관 임명방식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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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현직 판사가 현행 대법관 임명제청 방식이 사법부 독립 취지에 맞지않는다며 개선을 주장하고 나서 법조계에 파문이 일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5부 정진경(鄭鎭京.37.사시 27회)판사는 최근 '대법관 임명제청 방식의 개선을 바라며' 라는 제목의 글을 법원 전산망 자유게시판에 올렸다.

鄭판사는 이 글에서 '국민에 의해 직접 선출되지 않아 정치권력의 영향을 받기 쉬운 대법원장이 독자적으로 대법관을 임명제청하면 대법원장을 통해 사법부의 독립이 위협받을 수 있다' 고 주장했다.

인사청문회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동의를 요청한 인사를 여당이 문제삼기 어려워 국민과 사법부의 의사를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다' 고 비판했다.

鄭판사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법관과 변협.검찰.교수.시민단체 등의 대표 30~50명 가량으로 자문기구인 법관추천회의를 구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의 주장에 대해 법원내 반응은 찬반으로 엇갈리고 있다.

서울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법관추천회의는 1~3공화국에서 시행하다가 문제가 있어 폐지한 제도" 라며 "외부인까지 들어간 추천회의가 구성되면 법관이 소신에 의한 판단을 못하고 눈치를 보게 될 수 있다" 고 우려했다.

그러나 서울지법의 한 단독판사는 "극소수를 제외하고 도대체 어떤 근거에 의해 대법관 후보가 제청되는지 모르는 게 현실" 이라며 "법원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이같은 논의는 필수적이다" 고 말했다.

鄭판사는 "새 대법관들에 대해 개인 의견은 전혀 없으며 법원 내부의 일반적 시각을 대신 표현한 것" 이라며 "내 생각이 모두 옳다는 것이 아니라 사법부 독립을 위한 논의가 공론화되기를 바랄 뿐" 이라고 말했다.

鄭판사는 지난해 6월 특검제 도입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자 '한시적 특검제 찬성, 재정(裁定)신청 대상확대' 를 주장하는 글을 법관 통신망에 띄워 논쟁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관악고.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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