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세대] 한국의 세대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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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4.19' '유신' '5.18' '6.10' ….

정치사를 논하는 게 아니다. 이 뒤에 '세대' 라는 단어를 붙이면 자연스레 한국적 세대 구분이 된다. 오랫동안 국내의 젊은 세대들이 정치사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신세대' 란 용어의 등장은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국내에도 비로소 문화적 특성에 의한 세대 구분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x세대' 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3년 11월. 모 화장품 회사의 광고를 통해서였다. 말하자면 상품 판매를 위한 광고 전략용이었다. 동시에 광주 민주화운동이나 6.29 같은 정치적 소용돌이를 겪지 않은 세대를 지칭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패션이나 문화적 개성에 바탕을 둔 모호한 이질성을 총칭하는 말이었다.

이후에 등장한 y세대는 나름대로 저항의 이미지를 안고 있던 x세대와 달리 소비와 유행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업적 성격을 갖고 있다.

이어 인터넷을 비롯한 네트워크의 급속한 발달을 기반으로 한 n세대가 등장했다.

그런데 국내의 세대적 특성은 서로 혼재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x세대는 y세대에 닿아 있고, y세대는 또 n세대적 특성을 드러낸다.

오랫동안 '정치' 에 눌려 있던 '문화' 가 한꺼번에 분출한 까닭이다. 그래서 젊은이들의 문화가 10년도 안되는 짧은 주기를 갖게 된 것이다.

이에 비해 미국은 20년을 주기로 새로운 세대가 나타난다. 또 세대별 특성도 확연히 구분된다.

라디오 대신 TV를 보고 자란 베이비 붐 세대(1946~64년생)와 자기 중심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컴퓨터를 접하기 시작한 x세대(1946~76년생), 소비적 속성을 강조하면서 기업 마케팅 전략의 타깃이 됐던 y세대(베이비 붐 세대의 자녀며, 99년을 기준으로 13세에서 18세가 주축이라 '1318세대' 라고도 함)와 정보 활용력이 뛰어난 n세대가 그렇다.

하지만 새로운 세대가 드러내는 사회적 패러다임은 비슷하다. 경험에서 정보로, 현실 세계에서 사이버 세계로의 이동이 불가피하다.

이런 저런 명암이 교차하지만 한국 사회가 다원적으로 변해가고 있음은 분명하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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